도서관, 그것도 학교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먼지 켜켜이 쌓인 채 꽂혀 있는 책들, 학교에서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아이들로 하여금 외면당하는 곳, 단순히 책을 대출하거나 반납받는 곳. 보통 학교도서관 하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교육부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자는 운동이 펼쳐지면서 지금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 외형적인 면에서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도서관은 퀴퀴하게 냄새 나는 공간에서 산뜻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대출 반납 업무만 하던 곳에서 점차 학습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금 학교도서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외형적인 투자로 겉모습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내적으론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대부분 학교도서관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교사들이다. 이들은 다른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을 해야 한다. 자신의 모든 시간을 학교도서관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열정이 없인 학교도서관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없다.
논술 대비하는 책 읽기
몇 년 전에 비해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점차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경향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그 책읽기가 재미나서, 읽고 싶어서 읽기보단 어떤 목적 때문에 읽는다. 대입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읽는 책이란 게 다양성을 지니지 못한다. 한정된 책읽기를 한다.
사실 해마다 학기 초가 되면 유명 대학들의 '고전 ○○선, 중·고등학교 필독서, 고등학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란 이름의 목록들이 서점에 진열되어 손님들을 기다린다. 이런 현실에서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은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나 하며 망설이는 것도 사실이다. 좋아서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에서 책하면 교과서나 참고서 그리고 숱한 문제집이 주류를 이루어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선 단 한 권의 문제집이라도 더 풀어야 하기 때문에 교과와 관련이 없는 책을 읽으라는 소릴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요즘 들어 대학에 입학하는 데 있어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러한 책읽기도 궁여지책이지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책 이야길 하다 보니 10여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 아이가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 아이는 늘 책을 가지고 놀았다. 시험기간에도 그 아이는 책을 읽었다. 그러다 시험 망칠라, 하면 그냥 씨익 웃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주로 읽는 책은 철학 서적에서부터 자연과학, 인문과학 등 다양했다. 그 아이는 대학 입시와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 즐겨 읽었다. 물론 공부도 아주 잘했다. 당시 그 아이를 가르치던 난 오히려 그 아이에게 많이 배웠다 할까, 그랬다. 겨우 문학서적과 철학 서적이나 가끔 뒤적이던 내가 자연과학 같은 종류의 책을 찾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그 아이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아이는 내가 책의 폭을 넓히는 데 있어서 큰 도우미였다.
그래도 도서관이 희망이다?
근래 들어 학교도서관을 살리자 하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일선 학교에선 도서관의 시설을 확충하고 장서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기도 한다. 도서관을 이용한 수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는 시들해진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책도 읽지 않는다. 아니 못 읽는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보충수업을 하고,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고, 학원으로 달려가고 학교 숙제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정이 가까워 온다. 한마디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책을 읽어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 한다. 초등학교 때 최소한 중학교 때 읽을 책까지 읽어주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교도서관을 '희망의 책 읽기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선 학교에서 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는 일반교사들과 사서교사들이다. 이들은 학교도서관이 '공교육의 희망'임을 인식하고 도서관을 죽은 공간이 아닌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결과로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이 그들의 경험을 모아 <학교도서관 희망을 꿈꾸다>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학교도서관의 운영에 관한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학교도서관 만들기 ▲학교도서관 운영하기 ▲학교도서관 활용하기 ▲학교도서관에서 즐기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학교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과 도서관을 꾸미고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관리, 학부모 명예사서, 도서부 운영 그리고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 등을 세세하게 다양한 자료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일선 학교 도서관 담당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차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근본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활용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아무리 도서관을 운영하는 훌륭한 방법들을 제시해 놓았어도 현재의 인력구조론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이 책의 공동저자의 한 사람인 류주형 교사는 전담 인력(사서교사)의 필요성 제시로 강조하고 있다. 또 학교의 배려가 없으면 도서관 운영을 알차게 하기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 교과 교사에게 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연수도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이 말은 일선 학교에서 도서관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과 같다. 실제로 경제적인 문제로 대부분 학교에선 도서관 업무를 사서 교사가 아닌 일반 교사들이 맡고 있다. 수업이 없는 사서 교사들이 도서관 업무를 맡는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도서관 문화제나 문학 기행, 또는 저자와의 대화 같은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여 학생들이 도서관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는 단순히 대출 업무에 치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그 나라의 박물관을 보면 되고, 현재를 보고자 하면 그 나라의 시장에 가보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한 나라의 미래를 알고자 하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말이 있다. 도서관은 그 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꿈꾸는 공간이다. 아니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 책 읽는 아이들, 책 읽는 어른들로 가득 찬 공간인 도서관의 모습,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그러나 꼭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어디서건 책을 읽으면 어떠한가. 책을 읽는 곳이 바로 도서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