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학생들에게 띄우는 여름 편지

2007.06.11 12:54:00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도 지나고 무더위가 찾아오는 초하의 계절에 접어들면서 여러분의 몸과 마음도 한층 튼튼해지고 넓어졌으면 한다. 입학식 하던 날 그 순수했던 마음과 초롱초롱하게 빛났던 눈동자가 소수이긴 하지만 양심을 저버리는 언행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몹시 가슴이 아프고 마음 한 편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하나같이 착하고 아름다운 인물들인데 왜 무리만 지면 예와 규범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어기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구나.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철이 없고 자제력이 부족하여 규범을 어길 수도 있지만 뻔히 잘못인줄 알면서도 쉽게 규칙을 어기는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안타깝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성현들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누구나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도리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반복된 실수를 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사회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누를 끼치게 된다. 작은 댓글 하나가 소중한 생명마저 앗아가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한번 실수는 예쁘게 봐줄 수 있지만 반복되는 실수를 내버려두거나 쉽게 용서를 해 주다 보면 학교는 질서를 잃고 착한 학생들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인간 사회에서 하지 말라는 금기 규정이 있는 것은 사람들을 구속하기 보다는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더 편안하게 보호해 주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규범을 만들고 이를 지키려 노력하며 어릴 때부터 사회 규범을 어기지 않는 습성을 길러간다.

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지식을 배워 점수를 얻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다운 인간성을 배우는 일이다. 매사에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아름답고 신나는 세상이 열린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살다보되면 오히려 더 불편해지고 괴로워진다. 절제되지 않는 자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으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사회 규범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그 사회는 질서를 잃고 혼란스러우며 나중에는 집단 자체마저 붕괴되어 버린다.

다른 어떤 기관보다 정숙해야할 학교가 요즈음 너무 소란하고 시끄럽다. 복도를 오가면서 큰 소리로 떠들고. 뛰어다니며 괴성을 지른다. 외부 사람들이 볼까봐 걱정스러울 때 가 있다. 수업 중에 잡담을 하거나, 휴대폰 소리가 울리고, MP3로 음악을 듣는 학생도 있다. 실내외에 휴지가 뒹굴고 있어도 줍는 학생은 드물고, 선생님이 주어라고 하는데도ꡐ우리 어머니가 더러운 것은 줍지 말라.ꡑ고 대꾸를 한다. 선생님이 최후의 수단으로 사랑의 매를 들면ꡐ선생님 돈 많이 벌어났어요.ꡑ하며 대드는 학생도 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다.ꡐ왜 다른 애들은 그냥 두고 나만 야단치느냐.ꡑ며 남의 탓으로 돌려 자신을 변명하기에 바쁘다.

싱가포르는 질서가 있고 공해가 적은 나라로 세계인들이 찾아드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규범을 철저하게 만들고, 이를 어겼을 때 그에 상응하는 벌을 확실하게 주기 때문이다. 며칠 전 TV 뉴스 시간에 시민 공원에서 휴지를 버리거나 소음을 내면 우리도 엄한 벌을 준다는 보도를 듣고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 이전에 인간의 이성과 양심에 의해 이가 지켜지면 얼마나 좋을까.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열심히 가꾸어야만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착한 마음 밭을 일구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누구나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넣어 열심히 가꾼다 해도 토양이나 기후 조건이 나쁘면 좋은 열매를 얻기 힘 든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똑똑하고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교내 환경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용한 학습 분위기, 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환경이 이루어질 때 바른 인성과 지식을 갖춘 학생은 질러진다.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확실하게 공부하는 풍토를 만들자. 스스로 양심을 찾아 학생으로서 지켜야할 도리와 분수를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학생이 되자. 주어진 규범이 조금 나를 힘들게 한다하여 어기려 하지 말고 이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이 학교를 떠나 먼 훗날 다시 찾았을 때 "그 때 우리는 절제된 자유 속에 열심히 공부하였지."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말이다. 사랑스런 제자들이 지닌 재능이 보석처럼 빛나기를 바라면서 초하에 편지 한 장을 띄워본다.
정병렬 포여중,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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