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대가 없는 만원

2002.11.07 15:00:00


어느 날 교무실 한쪽에서 선생님 몇 분이 수군대고 있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학생 P를 찾는다는 다급한 사연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사연을 올린 사람은 대전에 산다는 한 학생이었다. 공주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일을 마친 후 돌아가려고 터미널 매표구에서 지갑을 열어보니 돈이 한푼도 없었다는 것이다. 매표구 직원에게 꼭 갚을 테니 표 한 장만 외상으로 줄 수 없겠느냐고 사정할 때, 뒤에 서있던 말끔한 교복 차림의
학생이 선뜻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주더라는 것이다. 너무 고마워 연락처를 물었지만 아무 대답 없이 사라졌다는 사연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어떻게든 친절을 베푼 학생에게 고마움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가 입고 있던 교복과 그 위에 적힌 이름만으로 충남 도내 모든 고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교복을 일일이 확인한 후, 그 학생이 입고 있던 교복과 똑같은 학교를 찾아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P의 순수한 행동은 기특함을 넘어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그런 일이 있은 며칠 후, 우연히 녀석을 만나 칭찬의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P는 "뭐 특별한 일도 아닌데요. 저도 언제든지 그런 처지가 될 수 있잖아요. 어려움은 함께 나눌수록 값진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순간 평소 주말만 되면 인근의 복지원에 찾아가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녀석은 언제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그냥 넘기는 법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실천하고 있는 녀석에게 이번 일은 오히려 부담스러워 보였다.

친절은 베풀수록 상대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감동을 전해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것이다. 이처럼 친절은 사람을 움직이는 커다란 요인인 것이다. 조그만 일에도 친절을 베푸는 마음이야말로 행복한 사회의 밑거름이라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보여주고 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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