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의 말사인 등명락가사(燈明洛伽寺)는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의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괘방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사찰로는 드물게 국도 변의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 풍광 또한 뛰어나다.
등명(燈明)은 신령이나 부처를 위해 켜놓은 등불을 뜻한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강릉의 등화와 같은 존재다. 등명이라는 명칭도 이곳에서 공부하던 서생들이 심야에 괘방산에 올라 불을 밝히고 기도하면 과거에 급제했다는 연유에서 생겨났다.
등명락가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북쪽의 고구려와 동쪽의 왜구를 부처의 힘으로 막기 위하여 부처님의 사리를 석탑 3기에 모시고 수다사로 창건하였다. 그중 하나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등명사지오층석탑이다.
신라 말 전쟁으로 불에 탄 것을 고려 초기에 중창하며 등명사로 이름을 바꿨고 조선 초기에 폐사(廢寺) 될 때까지 번창하였다. 조선시대의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강릉도호부 동쪽 30리에 등명사가 위치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등명사의 쌀 씻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용왕이 노하셨기 때문에 임금의 눈에 안질이 생겼다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임금의 특사가 배편으로 와보니 사실이라 절을 폐사시켰다는 이야기에서 등명사의 규모가 컸음을 짐작케 한다. 또 숭유억불정책을 펴던 조선 초기에 정동에 있는 등명의 불을 끄면 불교가 망한다는 생각으로 정동에 위치한 등명사를 폐사시켰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1950년대 다시 중건된 등명락가사의 일주문은 다른 사찰의 일주문과는 달리 대리석으로 기둥을 세웠다. 기둥과 천장에 여의주를 다투는 모습이 힘차게 느껴지는 용을 새겨 놓았고, 정확히 동쪽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일주문 한가운데 나침반이 설치되어 있다.
일주문 왼쪽에 있는 두 개의 부도를 보고 나면 오른쪽으로 등명감로약수라는 글이 새겨진 바위가 보인다. 거북이 입에서 나오는 약수가 부인병이나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유명하다.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 물맛은 찝찔하다.
약수 옆에 있는 돌탑을 돌아서면 불이문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불이문을 들어서면 대웅전인 영산전과 극락보전이 바로 앞에 나타난다. 영산전 안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백나한상이 있다. 인간문화재 유근형이 심혈을 기울여 청자로 구운 약 30cm의 청자 나한상 오백 개의 움직이는 모습이 모두 달라 더욱 돋보인다.
대웅전 왼쪽에 있는 범종루를 구경하고 대웅전인 영산전을 지나다보면 오른쪽으로 동해의 푸른바다가 펼쳐진다. 가까이에 있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오른쪽으로 난 샛길로 내려가면 외벽에 달마대사의 그림이 붙어 있는 작은 건물이 있는데 이곳에서 소원을 모두 이뤄준다는 달마도를 팔고 있다. 그 앞에 약사전과 등명사지오층석탑(강원도유형문화재 제37호)이 있다.
만월보전 약사전 앞에 있는 등명사지오층석탑은 고려 초기의 탑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층석탑은 이중 기단 위에 5층의 탑 몸체부를 구성해 얼핏 보면 5층이 넘어 보인다. 연꽃 문양이 세밀하지 않고 탑에 사용된 돌도 자연스러워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석탑 바로 옆에 있는 요사채 출입구에 접시꽃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무술을 연마하는 스님이 묵고 있는지 요사채 처마에 걸려있는 샌드백이 눈길을 끈다.
[교통안내]
1. 강릉시 → 강동면 → 잠수함침투지 → 등명락가사
2. 정동진 → 하슬라아트월드 → 등명락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