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출발점으로서의 가정교육

2007.07.07 16:45:00


지난 7월 6일 아침 양희은과 강석우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의 ‘여성시대’에서 들은 내용이다. 청취자가 제보한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오늘 방송된 내용은 가정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들로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옆집 아이가 자기 집 옥상에서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를 향해 오줌 줄기를 뿜어낸 이야기다. 이 개구쟁이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자동차에 오줌 세례를 하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자 더욱 신나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를 본 청취자가 정색을 하고 호통을 치자 아이는 그만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였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놀란 엄마가 이렇게 화를 내면서 말했다고 한다.

“ 아니, 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런 걸 가지고 아이를 기죽이고 그래요?”

두 번째 이야기는 냉면집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네댓 살 정도의 남자 아이와 함께 온 엄마가 냉면을 먹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아이가 엄마에게 ‘쉬-’가 마렵다고 엄마를 에게 살짝 신호를 보낸다. 엄마는 아이의 이러한 위급함(?)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 ‘응, 알았어.’ 라고만 대꾸할 뿐 계속해서 냉면을 먹고 있었다. 그러자 더욱 급해진 아이는 큰소리로 엄마를 다그친다. 그러자 엄마는 서둘러 냉면 먹기를 마친 다음 자신이 먹었던 냉면 그릇을 내밀어 거기에다 오줌을 싸게 한다. 이를 지켜본 청취자가 하도 기가 막혀서 엄마에게 이렇게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아니, 여러 사람이 먹는 냉면 그릇에다 오줌을 싸게 하면 어떻게 해요? 너무 하지 않아요?” 그러자, 그 엄마는 아주 당당하게 “이따가 씻어 놓고 가면 되잖아요?”라고 대꾸한다.
정말 그 그릇만 씻어 놓고 가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실제로는 그릇을 씻어 놓고 가기는커녕 슬그머니 도망치듯 빠져 나갔다고 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던 한 엄마가 여자 화장실에의 세면대에다가 오줌을 싸게 했다는 이야기다.

황당한 세 토막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 엄마들이 모두 다 이렇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쩌면 이것이 우리나라 가정교육의 현주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음식점이나 병원 등 공공장소에서 이리저리 뛰고 달리는 아이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옆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불편함이나 짜증스러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엄마 아빠들이 많이 있는 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아이들이 성장하여 이웃을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할 것인지 걱정이다. 멀리 내다 볼 것 없이 이런 아이들이 당장 학교에 가서 선생님의 말을 얼마나 잘 들을지 걱정이다.

옛날에는 ‘밥상머리교육’이 있어서 어느 정도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작동되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 시대와 맞물려 핵가족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과 고모, 형이나 언니로부터 이어지는 가정의 교육적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왕자나 공주로 키워지고 있다. 그들에게 무서움이나 두려움이 없는 세상을 은연중에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집안의 권력자가 되어 버렸고, 매사에 투정을 부리고 제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가정교육의 부재는 학부모의 자녀중심적 사고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신의 자녀가 귀찮아하거나 조금이라도 싫증내는 일이라면 학교생활에서 마땅히 익혀야 할 공동체적 삶의 질서에 대해서 도 강한 불만을 나타낸다. 요즈음 빈번하게 일어나는 학교폭력 사안의 경우에도 한결같이 남의 아이에게는 엄격함을 요구하고,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는 특별한 예외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해와 용서가 없고, 우선 사법적, 민사적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 급급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지켜 본 아이들이 장차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자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감싸 안기’에 급급한 학부모들은 조금만 서운하면 학교 생활규정 하나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이렇게 되면 학교의 교육력은 현저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 세대가 어렸을 적 체험했던 따끔한 ‘회초리 교육’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것도 이런 사회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옛날 가정의 ‘회초리 교육’은 가정의 시민교육이었고, 가정의 도덕교육이었다. 자녀에 대한 주관적 믿음도 물론 중요하나, 더욱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이해이다. 자녀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토대로 교육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 가정은 모든 교육의 출발점이다. 출발이 잘못되면 목표를 잃어버리기 쉽다. 모두 함께 교육의 출발점으로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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