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날 어머니 일손돕기와 훈화생각

2007.07.18 08:50:00

지난 주말엔 친목모임에서 주문진과 강릉을 다녀온데다가 일요일은 팔순 노모께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아버님 병간호를 하시면서 수척해 보이시는데도 시골 텃밭에 일거리가 있다고 하시며 시간이 나면 같이가서 일 좀하지고하시어 일찍나간 것이 7시 반이었다. 시골에서 여름철 일을 하시는 분들은 새벽 5시면 들에나가 한나절일을 하고 쉬었다가 저녁4시 이후에 오후일을 한다고 하시며 늦었다는 듯 서두르신다.

8시부터 완두콩을 뽑아서 잎을 따내고 뿌리쪽을 묶어서 집으로 나르는 일이다. 팔순노모가 나보다 일을 더잘하신다. 2시간 정도 일을 해도 날씨가 더워서인지 진척이 별로 없었다. 제천에 사는 동생내외와 서울에 사는 여동생 내외가 도착하였다. 갑자기 4명으로 일꾼이 늘어나니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일의 진도가 눈에 보이게 진척을 보였다.

초중학교를 다닐때는 어렸지반 휴일에 일을 많이 하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8Km 거리의 중학교를 걸어다니면서 저녁에 달빛아래 볏단을 지게로 져나르던 생각이 나서 이야기를 하였더니 어머니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그절의 일중에 가장 힘들었던 일이 조밭매는 일이었다고 하니 지금은 농사일도 많이 편해졌다고 말씀하신다.

삼복더위가 시작하는 초복날 구슬땀을 흘리면서 일을 하자니 숨이 막혀 더위를 먹을까 걱정이 앞섰다. 재너무 얼음골에 오리백숙을 잘하는 음식점이 있어서 12시 30분에 간다고 예약을 했다. 점심으로 복땜도 해야하지만 별식으로 점심먹을 기대감에 오전일을 할 수 있었다.

복날이라서인지 물가에서 친목모임을 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 까지하였다. 식당에서 손님이 많았다. 시원한 맥주한잔씩을 비우고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병간호를 대신하고 있는 조카로부터 전화가 왔다.

“큰 아빠! 할아버지 께서 점심은 어떻게 하는지 여쭤보라고 해서 전화드렸어요.”

당신은 지금 음식을 거의 못드시고 주사약으로 버티시면서도 우리 걱정을 해주시니 마음이 아팠다. 건강하실 때는 85세가 되셨어도 들일을 도맡아 하셨고 이곳 식당에도 여러차례 와서 오리백숙을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자장면을 시켜서 먹자시던 어머니께서는 너희들 덕분에 잘먹었다고 하신다. 너무 날씨가 더워 물가에 가서 쉬었다 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고장 특산품인 대학찰옥수수를 길러 판매하는 사촌여동생의 원두막에 들려 좀쉬었다 가자고 했다. 일꾼을 사서 밭에서 옥수수를 따오는 팀, 옥수수를 선별하여 자루에 담는팀, 옥수수를 쪄서 맛을 보게 해야 옥수수를 사간다고 한다. 목이 좋아서인지 지나가는 차량들이 많이 들린다. 많이 사가는 분은 18자루를 사서 승용차에 싣고 간다. 인터넷, 전화, 팩스로 주문을 받아 판매도 한다. 택배로 보내야 할 것이 300 자루라고 한다. 너무나 바쁜 모습을 보고 그냥 앉아서 쉴 수만은 없었다. 이 것 저것 일을 돕다보니 쉴 시간도 없이 4시가 다되어 오후일을 하러 집으로 왔다.

오후일은 콩을 뽑은 밭에 들깨모를 심는 일이었다. 그냥 심으면 깻모가 죽는다고 하여 100 여 미터짜리 고무호수를 수도꼭지에 연결하여 큰통에 물을 받아 물조리로 물을 주며 깻모를 심었다. 두명은 선호미로 구멍을 파고 어머니는 깻모를 놓으시고 매제는 물을 주었고 두명은 호미로 깻모를 흙으로 심는 일을 하였다. 분업으로 일을 하니 진도가 잘나갔다. 일을 하면서 어머님의 일손을 돕는 매제가 가장 고맙다는 생각을 하였다. 요즘에 처가일을 내일처럼 하는 젊은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텃밭에 감자, 배추, 마늘, 상추 등을 가꾸어서 오남매에게 고루 나누어 주시며 시골을 지켜오셨는데 아버지가 병환으로 입원해 계시는데도 어머니는 일걱정하랴 간병하시랴 주름만 늘어가시는 모습이 안쓰럽다. 주말이면 멀리 있는 딸과 사위들이 다녀간다. 전화는 거의 매일 하면서 아버지 병환 걱정을 한다. 우환이 있을때는 그래도 여러남매가 있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고 든든한지 모른다. 오후 6시까지 일을하고 헤어지면서 초복날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을 했으니 내일 출근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내일 아침 아동조회에 개천절과 효에대한 훈화를 생각했는데 그 동안 나는 얼마나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렸는지 자문해 본다.

공자의 효경에 나오는 “신체발부(身體髮膚)수지부모(受之父母)니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니라” 라는 성인의 말씀을 예로 들어 효와 여름철 특히 방학생활중 다치거나 몸에 상처가 나지 않토록 주의하여 자기몸을 스스로 잘보호하여 부모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안전한 생활을 하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하였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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