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를 세계의 자랑거리로-청주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

2007.07.19 15:39:00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에 위치한 청주고인쇄박물관은 1992년 3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이 발견된 옛 흥덕사지의 흥덕사지관리사무소로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고인쇄박물관에는 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목판본ㆍ금속활자본ㆍ목활자본 등의 고서와 흥덕사지 출토유물, 인쇄기구 등이 보존ㆍ전시되어 있다.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한 금속활자본의 본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14자나 되는 이 책의 이름은 '불조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요절', '직지심체', '직지' 등으로 줄여서 부르고 있다.

'경(經)'은 불교에서 경전을 뜻한다. 직지는 불경이 아니므로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주최한 '책' 전시회에서 '직지심경'이라고 소개한 것은 잘못이다. 그래서 간략하게 줄인 '직지'가 일반적인 책의 이름이 되었다.


직지를 편저한 백운화상의 호는 백운이고, 법명은 경한(1298∼1374)으로 전북 정읍에서 출생하였다. 중국 호주의 석옥선사에게 불법을 구하고, 인도의 고승 지공화상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며, 황해도 해주의 안국사와 신광사 등에서 주지를 지냈다. 그 후 후진 양성에 힘쓰다 1372년(공민왕 21) 성불사에서 법어를 가려 상ㆍ하 2권으로 직지를 저술하였다.

직지의 중심 주제는 직지심체로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이라는 선종의 불도를 깨닫는 명구에서 비롯되었다. '참선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금속활자본 직지는 상ㆍ하 2권으로 구성되었으나 현재 상권은 전하지 않고 첫째 장이 떨어져 나가고 없는 하권 1책(총 38장)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동양문헌실에 소장되어 있다. 취암사에서 간행한 직지 목판본은 상ㆍ하권이 완전한 1책으로 국립중앙도서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 영광의 불갑사에서 소장하고 있다.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초대 주한대리공사로 부임한 꼴랭 드 쁠랑시(1853∼1922)는 우리나라의 각종 고서 및 문화재를 수집하였다. 그 속에 포함되어 있던 직지를 180프랑에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던 앙리 베베르의 유언에 따라 1950년경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되었다.






직지는 1901년 모리스 꾸랑이 저술한 조선서지 보유판에 수록되어 세상에 알려졌고, 1972년 '세계 도서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책' 전시회에 출품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직지의 간행 장소인 흥덕사지는 하권의 간기에 고려우왕 3년(1377)에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책을 인쇄하였음을 명기(明記)하고 있다.

그동안 흥덕사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1985년 운천지구 택지개발사업중 유물이 많이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되었고, 청주대학교박물관에 의해 처음 발굴된 청동금구와 청동불발에 '서원부 흥덕사'라는 명문이 음각되어 있어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의 옛 연당리 마을이 바로 흥덕사지임을 입증하게 되었다.

현재 사적지 제315호로 지정된 흥덕사는 어느 때, 누구에 의해서 창건되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흥덕사의 자취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기록도 없다. 발굴을 통해 흥덕사의 대략적인 규모만 파악되었을 뿐 화재로 없어지게 된 이유 등은 알지 못한다.

한 페이지가 42줄의 2단으로 이루어져 '42행성서'라고 부르는 구텐베르크의 성서는 1452년에 시작하여 1455년에 완성되었다. 구텐베르크의 성서보다 78년이나 빠른 1377년에 청주목 밖에 있는 흥덕사에서 직지를 금속활자로 인쇄하여 배포하는데 연화문인(緣化門人 ) 석찬(釋璨), 달잠(達湛), 시주 비구니 묘덕(妙德)이라는 간행 기록이 있다.

석찬과 달잠은 백운화상의 제자로 석찬은 수행비서격인 시자였고, 비구니 묘덕은 흥덕사 금속활자본과 취암사 목판본의 직지 간행에 모두 관여한 인물이다. 석찬과 달잠이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펴기 위해 묘덕의 시주를 받아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직지를 간행하게 되었다.




직지는 2001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됨으로써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으로 인정되었다. 직지는 분명 청주 최고의 자랑거리다. 이제 청주나 충북을 넘어서 세계의 자랑거리가 된 직지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듯 직지를 간행한 흥덕사도 직지의 요람으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흥덕사지를 한 바퀴 돌아보면 '직지의 위상이 곧 흥덕사의 위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메아리에 불과하다. 팔작지붕의 금당과 3층석탑이 복원되어 있는데 금당 안에는 운천동에서 출토된 동종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직지를 간행한 곳으로서는 어딘가 어색하고 부족한 게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정경제부에서 고인쇄박물관 일대를 '직지문화특구'로 지정하고 시에서도 이 지역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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