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선생님보다 나아요

2007.07.24 13:37:00

출근길에 학원에 가는 두 학생을 만났다. 학원 가는 길과 우리학교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어서 학교 가는 동안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짧은 대화의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학생들이 우리 선생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 중 누가 더 좋으냐고 물었다. 그러니 똑같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학교 선생님이 낫다고 하였다. 학생들이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들을 더 좋아할 거라는 나의 생각은 잘못이었다. 어느 선생님이 좋으냐고 물으니 똑같이 다 좋다고 하였다. 어느 선생님, 어느 선생님, 어느 선생님 이름을 들먹이며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하면서 선생님들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우리 선생님들이 학원 선생님들 못지않게 잘 가르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하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의 비위를 잘 맞춰주어 참 좋다고 하였다. 그들이 들먹이는 선생님은 모두 20, 30대, 40대 젊은 선생님임을 알 수 있었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의 열의는 대단하고 조금도 뒤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회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의 실력과 열정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아침이라 아주 흐뭇했다. 지금도 이 무더운 여름철에 선생님들의 전진을 위해 각종 연수를 받고 있다. 학생들에게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많이 하지 못하고 계속 독려만 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생긴다.

좋은 학교는 좋은 선생님과 좋은 학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좋은 학생은 좋은 선생님이 만들어낸다. 우리학교에는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는 선생님들로 가득 차 있어 모든 학생들이 좋은 학생들이라고 감히 말해 본다. 인정이 많은 선생님 밑에 인정이 많은 학생이 나오고 사랑이 넘치는 선생님 아래에서 사랑이 넘치는 학생이 나오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선생님 밑에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학생이 나온다. 성품이 좋은 선생님 아래에서 성품이 좋은 학생이 나온다. 실력이 좋은 선생님 아래에서 실력이 좋은 학생들이 나온다.

그러기에 우리학교는 분명 좋은 학교임에 틀림없다. 좋은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열성도 남다르다.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지금도 이 더운 날에 근무조로 수고하시는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운동장을 구석구석 돌며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다. 그러니 누가 뭐라 해도 우리학교는 좋은 학교다. 계속 좋은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늘 만난 2학년 두 학생뿐만 아니라 전교 학생들이 우리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가 그러하리라 믿는다. 조금 전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교장실에 와서 어제 몇 번이고 교실과 운동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그래도 버려놓은 쓰레기를 볼 수 있었고 그것을 치운다고 하셨다. 방학이라 학생들은 없고 주민들이 운동하러, 놀러 와서 버린 것이다. 주민들이 협조하지 않아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방학 내내 쾌적한 환경을 유지를 위해 업무에 관계없이 관심을 가지는 데 대해 고마운 마음도 든다.

우리 선생님들은 방학 동안 더 나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자신을 다듬어 나갔으면 한다. 하루하루 삶이 공처럼 둥글게. 네모처럼 반듯하게 살아가는 방학의 나날이 되었으면 한다. 수시로 자기가 맡은 학생들에게 공처럼 둥글게, 네모처럼 반듯하게 살아가도록 사람됨 교육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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