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력 일간지에는 “학점 나쁘면 교사 못된다- 75점 이상 돼야 자격 부여”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교원자격 검정령 및 동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하여 이와 같은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2009학년도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입학생부터 적용할 계획으로 연간 2만 명 졸업자 중에서 약 5%의 학생 1,000명 정도가 이 규정에 걸려 교사 자격증을 얻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사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고심에 찬 일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미 교사의 임용 시험 경쟁률이 해마다 올라가고 있는 상황으로 미루어 본다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닌 것 같다. 현실적으로 대학 재학 중에는 성실하게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함은 물론이고 서울의 노량진 학원 등을 많게는 몇 년씩 전전해야 겨우 임용시험에 합격하는 상황이고 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일반대학의 경우 교직과정을 이수해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는 연간 1만 명 학생에 대한 기준은 졸업 학점 평균 80점에서 75점으로 완화되었다고 하니 의아할 일이다. 물론 정원의 10% 정도에게만 주어지는 교사자격을 둘러싸고 우수 학생 간 경쟁이 치열해 별로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명시적인 모순 아닌가.
사실 이 제도는 현행 교사 임용 시험의 높은 경쟁률에서 보듯 공부를 게을리 한 학생들에게는 교직 입문의 벽이 높아 별다른 의미가 없다. 지난 번 단기 방학 활성화 계획이 나올 때도 이미 각급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내용으로 특별한 내용이 아니었다. 최근 교육부에서 마련한 제도나 법령 개정안들이 특별한 것이 되지 못해 현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히려 교사로서의 기본적 자질을 강화하는 인성검사나 적성검사의 결과를 반영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가끔 신문에 보도된 교사의 파행 또는 일탈 행위를 본다면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한 보완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신규 임용된 교원의 경우는 실력 면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뽑히고 있다.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몇 단계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것만으로도 교사의 실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교사의 기본적인 인성이나 감성을 충분히 갖추었는가가 문제이다. 학생에 대한 폭넓게 이해하려는 공감적 능력이 있어야 하고,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이 전제되어야 한다. 실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다 사명감이 투철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뛰어난 실력이 자만을 불러 와 아이들을 무시하거나 교원들 상호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교사에게는 교과에 대한 전문적인 실력은 물론이고 학습자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요소들을 평가체제에 포함시켜 ‘열정과 사명감을 지닌 교사’를 뽑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비판적으로 말하면 교원자격 검정령 및 동시행령 개정안은 현실적으로 별다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억지로 점수 인플레를 조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75점 이하의 성적을 산출해 낼까 걱정이다. 용기 있는 교수가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나 75점 이하의 성적을 산출하여 4년의 학창시절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육부의 이러한 노력들이 어떻게 하면 ‘교사다운 교사’를 뽑을 수 있을까하는 노력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더 나아가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연계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되었으면 한다. 아무리 실력 있는 교사가 현장에 많이 들어온다고 해도 열정을 바쳐 최선을 다할 수 없는 교육환경이라면 그것 또한 별로 의미가 없다. 교사에게 욕하고 대드는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이 없고 학부모의 폭력에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 교사의 소신을 펼 수 있고 열정을 바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교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교권을 위축시켜 놓고서는 신명나는 교육을 펼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교원의 사기 진작 방안을 내 놓은 것이 필요하고 열정과 사명감이 있는 사람을 교원으로 불러들이는 제도를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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