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의 '정치판'을 보며

2007.08.13 11:21:00

그것이 알고 싶다. 교장공모제를 보는 학교 선생님의 시선은 어떠할까? 환영, 도전의 기회, 씁쓸, 허탈, 무기력함, 인생무상….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경기도에도 이 제도로 인해 교육 경력 15년 이상인  교사 2명이 교장으로 탄생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A학교 B부장교사(교육경력 26년)와 두 차례 통화한 적이 있다. 일선 학교에서 이 제도를 환영할까? 아니면 교육을 망가뜨리는 제도라고 단정할까?

그는 이 제도가 시대 흐름이라면 거역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차피 학교에서 수용되어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것을 계속 추진한다면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교장공모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것이 시행 첫해부터 정치적으로 변모했다고 주장한다. 교직사회에서 이루어져서는 아니 되는 일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학교에서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관리하고 동원하니 당선되더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고 한다. 교직은 정치집단이 아닌 것이다. "교육을 앞세우는 사람은 배제되고 말더라"는 말도 들린다고 한다.

제도 자체야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했지만 응모한 사람 중에서 '운동'을 한 사람이 당선되더라는 것이다. 교장 자격증이 있고 교장 경력이 있고 인지도면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후보자는 "내가 설마 떨어지랴!"하였는데 결과를 보니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순수한 교육자적 양심만 믿었다가 큰 코를 다쳤다는 얘기다.

조직 동원도 모르고 공모서류 내고 순수하게 면접 치르고 그 동안 쌓아온 교직관이 통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더라고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교장 자리를 위해 맹렬하게 달려드는 사람들은 조직을 동원하고 지자체의 위력을 과시하니 학교는 저절로 정치판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교육위원, 시장, 퇴임한 관료 등 선(線)을 동원하여 올인한 사람이 목표를 성취하더라는 것이다. 교육자만의 인간관계 유지는 그들과 상대도 아니되더라는 것이다.

B부장교사처럼 40대 중·후반에서 승진 점수 0.001을 관리한 사람은 자연 허탈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쌓아온 점수가 그렇게 허망하게 보일 수 없다. 애지중지 교육에 쌓아온 공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는 말한다. "26년간 몇 점 때문에 아둥바둥 살아왔는데, 어느 한 순간 아무 점수도 없는 사람이 교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심정 생각해 보셨어요?"

40대 전후 어느 교사는 "이젠, 승진점수 관리 안 해요" "나 당장 모 단체에 가입해 00지부장하고 45세에 교장할 거야!"라는 농담을 하더라는 것이다. 언중유골이다. 농담 속에 진담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엉뚱하게 교육망가뜨리기의 물꼬가 트이면 교육은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55교에 이어 내년엔 54교 공모제를 계획하고 있다. 이것이 계속 확대된다면 일선 학교에서 아이들 열심히 가르치고 승진관리 제대로 한 교사들의 허탈감은 이어질 것이다. 이제 교육계에서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의 속담은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교감(또는 교장) 승진을 앞 둔 사람에게는 엄청난 타격인 것이다.



정부는 25년 이상 자기 관리를 한 사람의 자리를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15년 이상의 무자격 교사에게 교장 자리를 내어 주어 교장자격증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발행한 자격증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음흉한 속셈이 숨어 있는 것이다.

사전 연수만 해도 그렇다. 보통 교장의 경우, 자격연수는 시·도연수 1주에 교원대 연수 5주를 합쳐 6주간 이루어진다. 일선 여론은 이것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교육부도 이것을 받아들여 자격연수 기간을 더 연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무자격 교장에게는 2주 연수(10일)가 고작이다. 교육부가 앞장서 이렇게 교육을 경시하고 무책임하게 학교 CEO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진정 교육을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B 부장교사는 말한다.

"이제 교감 자격 연수를 몇 년 앞두고 있는 사람,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겠어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요?"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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