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은 실력, 학력보다 앞서야 한다

2007.08.18 16:25:00

라디오 진행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DJ로 꼽히고 있는 방송인, 스타 영어강사, 건축 디자이너, 개그맨 출신 감독, ‘행복전도사’로 자칭하는 교수, 영화계의 국민배우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명성을 지닌 유명 인사들의 가짜 학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을 보면서 개운한 맛보다 씁쓸한 맛을 느끼게 되는 아침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들의 약점은 사회가 요구하는 학력이 없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가짜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보다 더 그들이 갖고 있는 약점은 학력보다 그들의 정직이 없다는 점이다.

왜 이런 사회가 되고 말았는가? 그것은 무엇보다 학력을 가장 중시하고 그 다음은 실력, 그 다음은 정직을 중시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최근에 와서는 학력보다는 실력을 중시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런 사회가 되도록 모든 분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최근 뉴스를 통해 반가운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일류 유명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의 대학 출신을 분석해보니 서울의 유명대학보다 지방의 한 대학 출신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시 앞서가는 기업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실력만 있으면 학력에 관계없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미국에 이민을 갔을 때 한국에서의 화려한 학력을 내밀어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살아가기가 힘들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각 분야의 실력을 내밀을 때는 쉽게 일자리를 구해 힘들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지금도 늦지 않다. 우리 사회가 실력을 학력보다 더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가짜 학력시비가 사라지게 될 것이고 가짜로 자기를 포장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배우는 학생들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아니겠는가?

실력만 있으면 어디를 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영실력만 있으면 강이 위험한 곳으로 여겨지지 않고 강이 놀이터로 여겨질 것 아니겠는가? 수영실력만 있으면 바다가 무서운 곳으만 여겨지지 않고 바다가 쉼터로 바뀔 것 아니겠는가?

자기 분야의 최고의 실력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그런 세계적인 인물이 되어야 한다. 최고의 인정을 받는 탁월한 실력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앞서는 것이 있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게 바로 탁월한 도덕성이다. 그게 바로 탁월한 정직성이다. 이게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튼튼할 수가 없다. 오래 갈 수가 없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유명한 분들이 탁월한 도덕성을 지녔더라면 그들의 생명은 오래갈 것이고 더욱 탄탄한 가운데 대로를 달릴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들의 탁월한 도덕성의 결여로 자신을 망치고 가정을 망치고 사회를 어지럽히고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불쌍해 보이는가?

우리학교 교육목표는 큰 꿈과 큰 비전을 품은 탁월한 인간육성이다. 탁월한 실력과 탁월한 도덕성의 두 날개를 달고 세계를 나는 꿈을 갖도록 교육하고 있다. 한 날개가 떨어져도 비행기는 추락하고 만다. 우리학교의 교훈은 ‘사랑, 정직, 성실’이다. 정직, 정직, 정직이 사람됨의 근본인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교육은 정직이다. 정직을 밑바탕으로 하는 실력이 진정한 실력이다. 정직을 밑바탕으로 하는 학력이 진정한 학력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거짓, 가짜를 배우게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정직, 진짜를 배우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모두가 다시 힘을 모아야 한다.

정직을 제일로 삼는 사회가 되게 해야 한다. 그 다음이 실력이 되어야 하고 그 다음이 학력이 돼야 한다. 학력은 그 사람을 빛나게 하는 악세사리에 불과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오늘 아침에 읽은 ‘정직한 꽃씨’에 관한 글을 소개함으로 끝맺으려 한다.

“옛날 어느 나라의 왕이 백성들에게 꽃씨를 나누어 준 다음 가장 예쁜 꽃을 피운 사람에게 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백성들은 정성을 다해 꽃씨를 뿌리고 물을 주었지만 이상하게도 꽃나무는 싹을 틔우지 않았습니다. 초조해진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꽃씨를 사다 다시 심었고마침내 예쁜 꽃이 피어났습니다.
심사일이 다가오자 예쁜 꽃이 핀 화분을 든 마을 사람들이 의기양양하게 모여들었습니다. 오직 한 소년만이 빈 화분을 든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활짝 핀 꽃들을 외면한 왕은 빈 화분을 들고 있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직 너만이 정직하게 꽃을 키웠구나!" 백성들의 정직함을 시험해 보려던 왕이 처음부터 볶은 꽃씨를 나누어주었던 것입니다 살다보면 좋은 결과를 위해 거짓된 과정이면 어떠랴 하는 유혹에 빠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정직한 꽃씨를 떠올리며 늘 풍성한 삶을 가꾸시길 바랍니다.”

정직은 실력, 학력보다 앞서야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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