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러워하는 종류의 사람이 있다. 전혀는 아니지만 잘생기고 부자이고 키가 크고 뭐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은 글 잘 쓰고, 노래 잘하고, 악기를 잘 다루는 대충 그런 사람이다. 물론 이것은 이러한 것들을 내가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서 기타나 장구, 피아노 등의 악기를 배워보려 무던히 애를 쓰다 포기하고 말았다. 배우는 사람보다 알려주는 사람이 더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 이건 완전히 꽝이다. 음정, 박자 어떤 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래서 학창 시절 소풍가서 노래 부르는 시간이 제일 싫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글쓰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어버이날 부모님께, 연말에 국군 장병들에게 반 강제적인 편지를 쓴 것이 전부다. 그럼 일기라도 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솔직히 쓸 말이 없었다. 이 이야길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녀석에게 해줬더니 자기도 일기 안 써도 된다며 이번 방학 동안 일기 다섯 번 겨우 썼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아들 녀석까지 잘못된 버릇 만든 건 아닌지 모르겠다.
좋은 글이란 진실성으로 세상의 잘잘못을 깨닫게 한 글
요즘 들어 논술의 광풍이 불고 있다. 이로 인해 글 쓰는 것도 이젠 하나의 공부가 되었다. 논리적으로 글을 못 쓰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은 내신에 수능은 기본이고 논술까지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로 인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생겨났다. 학생들은 그 죽음의 삼각지에서 온몸의 진을 다 빼내며 새벽에서 늦은 밤까지 분투하며 지낸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신 없어 한다. 극히 일부를 빼곤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그럼 글이란 무엇인가? 소설가 이외수 선생은 글이란 쌀이라고 말한다. 그 쌀은 몸을 살찌우는 육신의 쌀이 아니라 자신의 인품을 드러내는 정신의 쌀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쌀로 어떤 음식을 만들든 부패시키지 말고 발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왜? 글은 그 사람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은 글이 난무하는 시대다.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면 온갖 글이 여러 냄새를 풍기며 돌아다닌다. 부패하여 썩은 내가 진동하는 글도 있고, 잔잔한 향기가 퍼져 읽는 이를 눈물짓게 하는 글도 있다. 또 아무런 맛도 없는 밋밋한 글도 있다.
그럼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 대부분 사람들이 좋은 글 하면, 짜임새 있는 글, 보기 좋게 미사여구가 들어간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배움의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글을 써보라 하면 멋진 단어와 화려한 문장의 글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을 감동시킨 글들은 멋진 단어, 화려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이 아니라 진실성이 담긴 소박한 글인 경우가 많다.
조선 시대 명문장가로 익히 알고 있는 정약용이나 박지원의 글을 보면 그 안에 심오한 사상을 담은 글보단 일상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한 글들이 많다. 그 속엔 편지글도 있고, 기행문도 있다. 또 소설도 있고 책의 서문과 일기도 있다. 서양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동서양의 명문장가들의 글쓰기 비법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이 있다. <세상을 감동시킨 위대한 글벌레들>이다.
이 책은 시로 농민들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그린 정약용, 소설을 통해 양반들의 허위의식과 무능, 위선을 풍자한 박지원, 외롭고 고달픈 마음을 동생에게 편지를 보냄으로써 위안을 삼은 고흐와 호소적인 글로 환경을 지킨 레이첼 카슨 등의 이야기가 글을 쓴 주인공과 어린이의 대화 형식으로 쓰여 있다.
그런데 정말 이 책의 부제처럼 글을 잘 쓰는 비법이 있을까. 그건 없다. 다만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어떻게, 어떤 시각으로 써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것이 일기이든, 소설이든, 관찰의 기록이든 아니면 호소문이든 말이다.
“좋은 글은 많은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고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좋은 글이란 멋진 단어와 화려한 문장으로 꾸며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무엇보다도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서 사람들이 그 잘잘못을 깨닫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죠. 그러기 위해서 글 쓰는 이는 언제나 세상을 똑바로 봐야 하고, 누구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굳은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죠.”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쓰느냐 하는 물음에 박지원이 어린 학동들에게 이야기해주는 대목이다.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씁니까, 하고 물으면 대부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라고 한다. 이 중에서 많이 써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읽고 생각하는 것이 일종의 구상이라면 쓰는 것은 구상의 실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떠한 글이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선 기법적인 측면보다 사실적이고 진실한 글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일기가 됐건, 시가 됐건, 편지가 됐건 말이다. 그러 면에서 앞으로 글을 써야 하고, 글쓰기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이 책은 글쓰기의 작은 지침서가 될 만하다. 물론 읽고 직접 실행에 보는 노력이 따라야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