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식은 이렇게!

2007.08.29 20:05:00

울산에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내렸다. 아직도 이구동성으로 더 많은 비가 와야 한다고들 한다. 비가 바로 생명이요 비가 바로 풍성이요 비가 바로 풍년이 아닌가? 적절하게 내리는 비가 바로 축복의 비요 사랑의 비요 감사의 비다. 더위를 쓸어가는 자비의 비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평소 어느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며 허물없이 지낸 선배 교장선생님의 정년 퇴임식에 참석하였다. 대현고등학교 정건 교장선생님이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경희대 성악을 전공하셔서 평생 음악을 가르치시며 음악교육학회, KBS어린이 합창단 지도 등 각종 합창지도를 위해 한평생 몸을 바치신 분이시다. 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감, 교장 등 두루 경력을 쌓으시며 울산교육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시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을 비롯하여 여러 선생님, 제자들, 학부모들, 후배들, 동문들, 친구들 할 것 없이 많은 분들이 자리를 꽉 메웠다. 평소에 교장선생님께서 얼마나 활동을 많이 하셨는가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하신 퇴임식은 처음 보는 것 같다.

퇴임식도 지금까지와는 조금 색다른 면이 있었다. 꽃다발 증정이며, 각종 패 전달은 다른 교장선생님과 별다른 점이 없었다. 학교운영위원장의 축사 때까지는 학생들이 강당에서 서 있었지만 교장선생님의 퇴임 인사가 있을 때 교장선생님께서는 날씨가 더운데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모든 학생들을 강당에 편하게 앉도록 하셨다.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았다. 옆줄에 있는 내빈들은 앉아 있고 학생들은 서 있는다는 자체가 안쓰러운지 교장선생님께서는 지금까지의 격식을 허물어버리고 학생들에게 앉아서 말씀을 듣도록 하셨으며 편안한 자세를 갖도록 하셨다. 말씀 가운데 느낀 것은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것과 현재의 시간이 아주 귀하다는 것이다. 순간순간이 금과 같은 귀한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특히 눈에 띄었다.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도중 재학생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당부말씀을 드릴 때에는 강단에서 옆으로 나와 말씀을 하셨다. 내빈들에게 말씀을 드릴 때에도 그러하셨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사랑하는 평소의 소탈한 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퇴임인사가 있은 후 간단한 작은 음악회는 아주 돋보였다. 두 학생이 평소에 교장선생님께서 애창하시는 곡을 불렀고 그 다음에는 학생들이 연주하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 가운데 교장선생님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는 것도 가슴에 와 닿았으며 선생님들께서 또 평소에 교장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곡을 선정해서 아름다운 화음으로 축하해 주셨고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곡을 부르면서 교장선생님을 축복해 주셨다.

그리고는 참여한 학생들에게 일일이 포옹하며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교장선생님의 노래를 듣고 싶어 내빈들께서 두 번이나 박수를 보내며 요청했으나 퇴임식임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날씨가 더워 앉아계시는 분들을 배려하는 차원인지 몰라도 고사하는 바람에 그 아름답고 청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예술을 하시는 분답게 정말 멋쟁이셨다. 학생 전체가 음악으로 물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음악하면 함께 어울리는 것이 바로 꽃 아닌가? 오늘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학교주변과 정원에 코스모스 씨앗을 뿌려 꽃동산을 만들어 놓으시고 떠나시게 되었다.

아마 영원토록 교장선생님의 발자취가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움직일 것이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음악과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교정에 가득 차리라 믿는다. 3학년 학생들의 졸업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게 아쉽다고 하시는 교장선생님! 부디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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