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단신뉴스에서만 들었던 서울의 전문계고인 동호정보공업고가 주민들의 아집성 민원에 밀려 폐교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가시화되는 듯하다. 사연을 보면 동호정보공고 옆에 있는 5천세대 가량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무려 7년여 동안 학교를 이전하라고 선거 때마다 종용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성동구에 있는 이 학교를 마포구로 이전하려고 하자 마포구지역 주민들 역시 손사래 치며 반대해 결국 폐교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건교부 관련법에 의하면 공동주택 2천~3천세대에 초등학교는 1교씩, 근린주거구역 1구역(약 4천~5천세대임)에 중․고등학교 1교씩을 적정히 배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동호정보공업고 인근의 5천세대 아파트 단지는 민간업자가 그러한 법방을 교묘히 빠져나가 초등학교를 설립하지 않으려고 학교용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른바 '땅 쪼개 팔기'를 통해 1천7백세대씩 3개 구역으로 나눠 아파트 용지를 만들어 공동주택을 세운 것이다. 당시 학교용지확보특례법의 이러한 맹점을 악용한 것에 대해 관련 규정이 없는 관계로 학교용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천박한 교육관을 넘어 건전한 상도덕도 없는 악덕업자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설립 업무를 3년 가까이 보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전문계고를 거의 혐오시설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계고나 특목고 등은 쌍수 들어 환영하면서 공고나 상고를 세우려고 하면 단체행동도 불사하지 않겠다는 막가파식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속내는 결국 집값 때문이다. 인문계고가 있음으로 해서 단 몇 천만 원이 오르는데 비해 전문계고가 있음으로서 집값이 하락하고 동네 주변이 불량화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교육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이 아니라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황폐한 경제동물들의 생각만이 횡행함을 느낀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집단이기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애먼 동호정보공업고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다. 물론 교직원들이야 다른 학교로 갈 수도 있겠지만 학생과 교사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중학교 때는 조금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학생들이 정보고로 특성화한 고등학교에 와서 배우고 싶은 것을 맘껏 배워서 좋았었는데 그것을 자기세대에 멈춰야 한다는 것에 울분과 비애를 느낄 것이다. 더욱이 60~70년대에는 산업화 역군으로 치켜세우면서 아낌없이 지원하던 전문계고에 대해서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이렇게 천대해서야 되겠는가. 특히 동호정보공업고는 방송특성화 고교로 특화한다고 해서 학생들을 뽑았는데 그러한 약속을 외부요인에 의해서 헌식짝처럼 버려진다면 이것은 상당히 비교육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 누리집에 올라온 동호정보고 어느 학생의 호소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동호정보공고는 그런 학교입니다. 공부 못하고 '바보' 소리 듣던 아이들도 가슴을 펴고 당당해지고 눈을 뜨고 꿈을 꿀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 학교를 폐교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에게 설령 100명도 안 되는 학생이라도, 10명이 안 되는 학생이라도 당당하게 가슴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제발 폐교만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래도 대안은 있다고 한다. 학교부지가 상당히 넓은 관계로(2만㎡, 6천 평) 학교 2개 정도는 지을 수 있다. 통상 교육부에서 초등학교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3천5백 평을 제시하고 있는데 학교설립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보다 좁은 면적으로 운동장 없는 학교 등 대안을 제시한다면 가능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한마디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9월초까지 폐교에 대한 의견을 받아서 결정한다고 하니 건설적인 방향으로 모색되었으면 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인문계고와 전문계고가 상호 부족한 점을 메워가며 교육적인 화합을 이룰 때 국가의 동량지재는 여러분야에서 골고루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답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