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적응이다

2007.09.03 10:20:00

개학한 지 두 번째 월요일을 맞는다. 개학하는 날 아침 직원조례 시간에 선생님들에게 하루아침에 적응하려고 한다고 해도 잘 되지 않으니 조급증을 내지 말고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서서히 적응이 될 것이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적응이 완전하지 않은 것 같다. 빠른 속도로 적응이 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하지는 않다.

오늘 아침에도 일찍 등교한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 적응이 되지 않은 탓인지 밖에서 삼삼오오 계단에 앉아 이야기 하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다. 교실에서도 선생님의 지적을 받아 교실 뒤에서 벌을 서고 있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선생님은 열심히 설명을 하고 계시는데 학생들 중에는 집중이 되지 않는 학생도 보인다.

쉽게 적응 되지 않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방학 동안에 9시나 10시쯤 늦게 일어나다가 갑자기 7시 이전으로 일찍 일어나려니 쉽게 되겠는가? 어떤 학생들은 방학 내내 잠만 자고 오는 학생들도 있을 것인데 딱딱한 의자에 앉아 공부하는 게 그리 쉽겠는가? 어떤 학생들은 방학 내내 컴퓨터에 앉아 오락만 했을 것인데 그것을 접고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한다는 게 그리 쉽겠는가?

그러니 아마 빡빡한 학교 일정에 적응이 되지 않아 멍청하게 앉아 있든지 잠만 실컷 자다가 ‘끝났다 집에 가자’ 하면 그 소리에 놀라 일어나 집에 가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또 왜 이리 시간이 가지 않노? 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마저 공부하지 못하도록 방해꾼으로 남아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지난주 어느 사립학교 교장선생님 퇴임식에 갔었는데 앞에 앉아 있는 학생이 계속 졸고 있었다. 일어서서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게 하면 다시 졸기 시작하는 학생이 있었다. 정말 답답하고 한심할 뿐이었다.

학교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는 학생들도 답답하고 한심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이 되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학교에 나오기가 싫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수업 듣고 공부하는 게 짜증나 요즘 유행하는 눈병이나 걸려 좀 놀았으면 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해서 열심히 공부해야지 하면 그 이야기는 자기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딴 동네 이야기로만 들리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때 우리 선생님들도 답답하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생들이 빨리 적응이 되어 집중해서 말씀을 듣고 귀를 기울이면 수업이 신이 나고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낄 것인데 그러하지 않으니 얼마나 힘들어 하겠는가? 또 학생들 중에는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계를 가고자 방향을 잡은 학생들은 공부를 포기한 채 학습 분위기를 해치는 미꾸라지 역할을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푸념만 해서도 안 된다. 학생들의 분위기를 잡는 것이 우리 선생님들의 몫이다. 우리 선생님들의 할 일이다. 학생들이 방학생활에서 학교생활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들의 몫이다. 2, 3시간 늦게 일어나다 일찍 일어나게 하는 것도 우리 선생님들의 몫이다. 수업에 집중하도록, 잠을 자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갖도록, 떠들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학생들의 적응이 늦어지지 않도록 다그쳐야 한다. 학생들의 적응을 돕도록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의 적응이 바로 우리들의 적응과 맞물려 있음을 알고 함께 적응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학교생활이 재미가 있게 되고, 그래야 학생생활이 행복해진다. 적응이 곧 행복의 지름길이고 적응이 재미의 지름길이다. 적응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의 적응은 죽음을 초래할 뿐이다. 개구리 실험에서도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개구리가 들어간 물을 서서히 데우면 따뜻함에 적응되어 자기가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결국 죽지 않은가? 안일함에 적응됨은 자신을 죽일 뿐이다. 나쁜 습관에로의 적응도 마찬가지다. 좋은 습관으로, 본래대로의 습관을 빨리 되찾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적응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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