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 하며 살 때가 온다

2007.09.05 08:39:00

오늘도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계속 된다고 한다. 아마 비가 그치고 나면 전형적인 가을이 올 것이다. 처음부터 가을이 오면 가을맛을 느끼지 못하며 가을이 좋은 줄도 모르고 그냥 시간을 보낼 것 아니겠는가? 여름 뒤의 이어지는 비로 인해 가을다운 가을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오늘 아침에는 ‘옛말 하며 살 때가 온다’는 말을 되새겨본다. 옛 선생님들은 어려운 일을 잘 견디고 이겨내면 옛말을 하며 살 때가 올 것이라고 말씀을 하시지 않았는가?

그렇다. 우리는 지금은 옛말 하며 살고 있다. 저 같은 경우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버스도 많이 없어 버스를 타지 않고 주로 기차를 이용하였다. 저는 고향인 함안에서 마산까지 약 21Km의 거리를 기차 통학을 하며 중,고시절을 보냈다. 그 때의 기차가 기차답지 못해 오르막을 올라갈 때는 힘이 없어 몇 번이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올라가며, 물러섰다 올라갔다를 몇 번이고 반복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집에서 학교까지 21Km의 거리를 자가용으로 다니고 있다. 옛말 하고 떳떳이 살고 있다. 학교 다닐 때 힘든 시절을 생각하며 말이다. 그 때 어려운 때를 잘 참고 견디었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옛말 할 것이 참 많다. 어찌 통학 기차뿐이겠는가? 가방은 오래되어 가방끈이 떨어져 나가 모심기를 할 때 사용하는 못줄을 가방끈으로 대신 사용하였다. 또 교복의 팔꿈치는 몇 번이 누비고 또 누빈 옷을 자랑삼아 입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가방은 가죽가방, 옷은 양복을 입고 다니지 않는가?

지금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나름대로 힘들게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걸어다니는 학생,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 몇 번 다니지 않는 버스를 타고 다니는 학생이 얼마나 많은가? 그뿐이겠는가? 명품 가방, 명품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학생들에 비하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 이름 없는 가방, 값이 싼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 중에는 실내화를 구입하지 못해 중앙현관 손님 접대용 실내화까지 신고 다니는 학생들도 있음을 보게 된다.

정말 안타깝다. 그렇지만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처절한 현실을 불평으로 여기면 안 된다. 그걸 오히려 만족으로 여겨야 한다. 그걸 오히려 자랑으로 여겨야 한다. 그러면서 잘 참고 견디면 나중에 세월이 지나 옛말 하며 따뜻하고 넉넉하고 풍요롭고 아름답고 윤택하게 살 날이 올 것이다.

그러기에 부족을 부족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에 없음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에 모자람을 한탄하지 말아야 한다. 가지지 못함으로 인해 분노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신분에 벗어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아무리 실내화를 구입하지 못한다고 해서 학교의 손님접대용 실내화를 신어서야 되겠나? 차라리 맨발로 다니지. 그렇지 않나?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참고 살아야 한다. 또 참고 살아야 한다. 견디며 살아야 한다. 기쁨으로 살아야 한다. 웃음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하면 머지않아 옛말을 하며 살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옛말 하며 살 때까지 학교생활을 있는 그대로, 자신의 형편 그대로, 자신의 환경 그대로, 자신의 조건 그대로  진실 되게 살았으면 한다. 지금 힘들더라도 잘 참고 견디면 ‘옛말 하며 살 날이 올 것이라’는 옛 스승님의 가르침을 나의 가슴판에 새겼으면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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