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서 깨달은 "희망을 주는 말 한마디"

2007.09.16 19:43:00


2박3일 마지막날 산행코스는 금강산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만물상코스였다. 그런데 하늘의 심술일까? 아니면 우리 일행이 운이 없는 것일까 호텔창밖에는 초가을비가 그칠줄 모르고 주룩 주룩 내리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서 조장(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니 만물상 등산코스의 약 2/3 지점인 주차장까지 일단가서 산행을 할 사람은 등산길을 오르고 산행을 안할 사람은 온정각으로 내려와서 온천을 하던가 자유시간을 즐기라고 한다.

우의를 입고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택하여 앞사람이 부딪힐정도로 등산로가 꽉차서 걸음이 빠른 사람들은 답답해하면서 틈만나면 추월을 해야만 했다. 계곡에는 많은양의 물이 힘차게 소리를 내며 흘렀고, 산 절벽에는 물이 많이 흐를때만 볼수 있는 폭포가 많이 보인다. 등산로에도 물이 넘쳐흘러서 등산화속으로 물이 들어온다.

산정상쪽으로는 안개가 덮혀서 과연 산에 올라가도 만물상의 아름다운 절경의 일부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안고 대부분의 등산객은 포기하지 않고 힘들게 올라가고 있었다.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면서 한참을 올라가는데 이미 정상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도 몇몇이 있었다.

“올라가봐야, 안개에 가려서 아무것도 안보여요, 힘들게 올라가 봐야 고생만해요, 아무것도 안보여요. ”
하는 절망의 말을 듣고 많은 등산객이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간다.
“힘들게 올라가 뵈야 아무것도 못본데 나는 내려갈래”
사다리처럼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기가 힘든데다가 비는 계속내리고 산을 쳐다보니 안개가 자욱한데다 하산하는 등산객이 아무것도 못본다는 말에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는 그래도 한번 시작한 등산이니까 만물상의 아름다운 절경은 못보더라도 정상은 올라가보겠다는 일념으로 한발 한발 가픈 숨을 몰아쉬며 올라갔다. 천선대를 오르는 철계단은 기암절벽을 오르기 때문에 발을 잘못밟거나 미끄러지면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이 되었다.

천선대 정상에 오르니 멀리있는 만물상은 안개에 가려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가까운 곳의 기암괴석의 절경을 보고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지난 여름방학때 다녀온 중국의 장가계일원의 절경과는 또다른 아름다움을 감상 할 수 있었다. 중국 사람들도 금강산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고 극찬하는 이유를 알만하였다. 날씨만 화창하여 만물상의 절경을 모두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산길에 남에게 희망을 주는 말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다. 산속의 일기는 시시때때로 변하는데 앞서서 산에 오른 등산객이 안개에 가려서 못본 정상의 절경을 나는 보고 내려왔으니 행운일 수도 있다.

하산을 하면서 생각하였다. 올라가 봐야 아무것도 안보인다고 절망적인 말을 하신분은 힘들게 올라가 봐야 소용없으니 아예 내려가는 것이 더 낫다는 쪽으로 정보제공차원에서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말만 듣고 중도에서 포기한 많은 등산객은 언제 또 올지도 모를 금강산 관광의 절경코스인 만물상 코스를 못본 것이 평생을 두고 후회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항상 절망을 주는 말보다는 희망을 주는 말만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다.

특히 자라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원들은 학생들의 장점이나 좋은 행동을 발견했을때 그 시기를 놓치지 말고 진심이 담긴 희망을 안겨주는 말한마디를 해주면 몇시간의 수업을 받는 것보다 몇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인생의 장래를 결정지어주는 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8월말 내가 미술을 가르쳐 줘서 대한민국 미술대전(봄 전시회)에서 대상(서양화)을 수상했다는 제자의 전화를 받고 교사의 희망을 주는 말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었다. 훌륭한 인물로 성장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어린시절 어떤 계기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희망이 담긴 말한마디에 성취동기가 돠어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는 말이 떠오른다.

희망의 말을 적시에 많이 해줄 수록 좋고, 절망을 주는 말은 생각도 하지 말고 입밖으로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금강산 만물상을 보고 내려오는 산속에서 깨달은 좋은 산행을 하고 돌아왔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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