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된 모교운동장에서 열린 동문가을운동회

2007.09.28 11:27:00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남다른 인연이 있는 곳이라서 매년 추석 다음날 개최되는 동문체육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모교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교직을 처음 시작하여 3년 9개월을 근무한 정든 모교였기 때문에 후배제자들과의 만나는 즐거움이 있는 것도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폐교가 되어 후배들의 발자취를 볼 수 없는 운동장이지만 다행인 것은 폐교를 임대하신 분이 도예타일에 그림이나 사진을 인쇄하여 작품을 만든 다음 액자나 타일로 상품을 생산하면서 체험학교로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학생은 없어도 모교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 2천의 동문들은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개회식에 꼭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교문을 들어설 때는 농악대가 교문으로 들어서면서 만국기아래서 흥을 돋우는 모습이 축제의 분위기가 한결 돋보였다. 올해는 21회 졸업생들이 행사를 주최하였는데 행사명도 동문체육대회가 아닌 “동문 가을운동회”라고 한점이 더 정감이 묻어나고 어린시절의 가을운동회를 재현해 보려는 느낌을 주어 좋았다.

중간 중간에 경품추첨도 해가며 운동장 구석 나무숲에서는 국밥을 말아 점심을 제공하는 풍경이 옛날의 운동회를 연상시켜주었다. 1년 만에 만나는 동창들끼리 그 동안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과 선후배간에 반갑게 악수를 하며 안부를 묻고 고향 모교에서 정을 나누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였다.

동문체육대회가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사람들에겐 아름다운 만남의 장소로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모교가 지금상태라도 오랫동안 동문들의 모임장소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였다.

모교가 폐교되지 않고 남아있었다면 교장으로 부임하여 열정을 바쳐 일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교에서 교직을 출발하여 모교에서 명예롭게 교직을 마감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농산어촌에 위치한 아름답고 인성교육의 장으로 너무 좋은 환경을 가진 학교들이 문을 닫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모교의 교정을 나섰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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