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통함이다

2007.10.01 08:42:00

달이 바뀌는 날은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되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지난달을 되돌아보게 되고 새 달을 설계하게 된다. 10월의 행사계획표를 보니 결실의 풍성한 계절답게 눈에 띄는 게 많다. 종합학예대회, 영어체험행사, 추계소풍, 발명교실 참가, 동천축제, 발명교실 참가, 봉사활동, 환경정화활동 등 많은 계획이 잡혀 있다. 이 많은 것들이 풍성한 결실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오늘은 10월 첫날이고 월요일인데도 부담없이 잘 오게 된다. 많은 생각에 잠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이 가볍기 때문일까? 그렇게 썩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마음이 상쾌한 것은 10월 첫날이 주는 선물이 아닌가 싶다. 우리 선생님들도 10월을 맞이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생님들 중에는 정말 애먹이는 학생들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반마다 몇 명은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을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말을 잘 듣는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선생님이 말씀을 하면 아예 귀밖에 듣는 학생들도 있고 선생님 앞에서는 듣는 체하는 시늉을 하는 학생도 있다.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선생님들은 울기도 하고, 속상해 하기도 하고, 병을 얻기도 하고,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불면증을 앓기도 하고, 마음이 편치 못해 직장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도 보게 된다.

선생님을 괴롭히고 선생님의 말을 아예 말을 듣지 않는 막무가내의 학생들은 행동이 마음대로다. 말도 마음대로다. 태도가 엉망이다. 너무나 고집이 세다. 너무나 자존심이 강하다. 너무나 거칠다. 너무나 난폭하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정도로 불안하고 안정감이 없다. 이러니 선생님들은 힘들어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속으로야 말을 듣지 않지만 겉으로는 듣는 체하고 행동을 옮기는 체라도 하는 학생들은 좀 낫다.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은 사고를 치지도 않는다. 다투지도 않는다. 미워하지도 않는다. 만약 다투고 싸우고 하다가도 잘못을 뉘우치고 빨리 정상적으로 되돌아온다.

그렇다고 이런 학생들을 너무 오래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체하는 학생들을 두둔하면 계속해서 더욱 체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선생님이 계시면 공부하는 체 하고, 선생님이 계시면 청소하는 체하고, 선생님이 계시면 얌전한 체하지만 선생님이 계시지 않으면 공부도, 청소도, 해야 할 무엇도 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이런 학생들을 방치하면 나중에 가식적인 사람 만들고 만다. 거짓된 사람 만들고 만다. 이런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선생님과 진정으로 통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진정 통하지 못하고 대화가 되지 않으니 그 학생과 선생님과의 관계는 발전이 없다. 믿음이 없다. 희망이 없다.

그러니 아예 대화가 되지 않는 학생, 선생님의 말씀을 아예 무시하는 학생, 무엇이든 하는 체, 무엇이든 듣는 체하는 학생들과의 필수적인 것은 대화다. 다시 말하면 통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올 수 있고 희망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고치게 되고 바르게 행하게 된다.

선생님과 학생과의 막힘이 있다면 더 이상 고민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막힘을 뚫어야 한다. 통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먼저 꼬리를 내려야 한다. 선생님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선생님이 먼저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그래야 문을 열 수 있다. 그래야 막힌 담을 헐 수 있다.

10월의 달, 결실의 달에 힘들어하는 학생들로 인해 좋은 수확을 거두었으면 한다. 그 비결은 통함이다. 그 비결은 대화이다. 그 비결은 겸손함이다. 그 비결은 꼬리를 먼저 내림이다. 교육은 통함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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