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배려자이다

2007.10.21 10:00:00

어제는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던 날이다. 어제가 1년에 한 번 있는 소풍날인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예보를 했으니 일정에 잡혀 있는 것을 갑자기 바꿀 수도 없고 난감했었는데 다행히 날씨는 우리 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아침에만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곧 아주 맑게 개여 전형적인 가을날씨를 선보여 주었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아마 기분이 배로 좋았을 것 아닌가 싶다. 하루 체험학습을 아주 멋지게 잘 하였을 것이다.

오늘 아침 10대 청소년이 쓴 ‘나의 독무대’란 글을 읽었다. 글쓴이는 해몬드였는데 이 학생이 봄맞이 합창 발표회에 독창을 하게 된 감회를 적은 글이었다. 5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글이었지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었다. 그 중 젠키스 선생님의 배려가 아주 돋보였다.

젠킨스 선생님은 특별 중창단을 뽑아서 발표했는데 해몬드는 역시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다. 당연했다. 왜냐 하면 중창단 명단에 들어갈 만큼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언제나 기가 죽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는 해몬드에게 특별 배려를 하고 특별 연습을 시킨 것이다.

젠킨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넌 수업 없을 때 나랑 연습해야겠다. 독창은 특별히 준비를 더 해야 하니까” 하면서 특별연습을 시켜 무대 맨 앞 줄, 한가운데 세워 노래를 하게 했던 것이다. 이렇게 무난히 합창발표회를 잘 마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는 선생님보다 자기 친구인 르네에 대한 고마움이 더 진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르네는 유치원 때부터 친구인데 그 친구는 언제나 주역, 자기는 보조역, 그 친구는 운동도 주전, 자기는 후보, 공부도 언제나 그 친구에게 관심과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자기는 언제나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자기가 독창으로 뽑힌 것을 보고 웃으며 기뻐해주는 것과 잘할 수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격려하는 것과 합창 때 독창해야 할 자기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친구가 큰 소리로 리더를 해주며 자신감을 갖고 노래 부르도록 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르네와 같은 똑똑한 친구가 언제나 부족하고 모자라는 친구에게 힘을 실어주고 용기를 심어주는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우리 학생들도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언제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부족하고 못하다고 하는 열등의식을 가진 학생들도 해몬드처럼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무엇보다 해몬드 선생님처럼 우리 선생님들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여기는 어리고 약한 학생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고 하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과 부족한 학생들에게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몬드에게 선생님의 특별 배려와 특별 지도가 없었다면 어떻게 감히 무대에 설 수 있었겠으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공부를 못하면 별도로 공부를 시켜서라도 스타로 만들어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노래를 못하면 노래를 별도로 시켜서라도 노래솜씨를 발휘해 스타로 만들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면 그 학생은 아마 온 세상을 흔들고 바꿔 놓을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수업시간에 못하는 학생, 기죽은 학생, 힘없는 학생, 문제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자주 기회를 주면 어떨까? ‘나에게는 도저히 기회가 오지 않아, 항시 그 똑똑한 그 학생이야, 그러면 그렇지, 재미도 없어, 발표도 못해’ 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어 최고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무엇보다 선생님의 특별한 배려와 특별한 가르침이 그 학생을 새로운 스타로 태어나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선생님은 배려자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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