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비리, 배우는 의지 꺾는다

2007.11.15 14:13:00


학교와 관련된 참담하다 못해 고개를 들지 못할 일들이 연이어 터진다. 두더지 게임하듯이 하도 많이 여기저기 터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다.

유명사학의 총장 부인이 자식을 치대에 편입시켜 달라는 학부모의 부탁을 받고 2억 원을 받았다가 들키자 빌린 돈이라고 오리발 내밀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잘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식의 불법 편입학이 이 대학만의 사례가 아니라는데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다.

라이벌인 또 다른 유명사학은 학생들이 요즘 재벌 비자금 로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재벌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반대하고, 단과대 통합의 차별과 비민주성을 항의하였다고 해서 사망선고와 같은 잔인한 출교처분을 내린 후 재판에서도 학교측의 그 부당함이 인정되어 패소하였으나 상소하였다 하여 복교를 시키지 않는 잔혹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본분인 학교가 자본에 굴복하여 그 중요한 업무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전직 여교수 사건은 또 어떤가? 가짜 학위에 사람들이 놀아나고 청와대 고위직의 부적절한 戀情과 대학의 이사장 입맛에 맞게 그녀를 임용하기 위해 모종의 검은 커넥션이 이루어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과정에 실력과 능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은 완전 멈춰 섰다. 여기에다 고구마 줄거리 뽑히듯 연예인과 대학 교수 등도 그러한 부정을 저지른 것이 탄로나 어두운 뒷골목에서 배회하고 있다.

어디 위와 같은 일이 한 두 가지인가?

그래도 이러한 비리의 마지막 결정판 중 하나는 김포외고의 입학 시험지 유출사건이다. 학교 입학홍보담당 교사가 시험문제를 유명 입시학원장에게 이메일로 송부한 후 학원 차량을 타고 시험을 보러 오는 학원 소속 수험생들에게 학원에서 문제와 답을 가르쳐 준 일이 어느 학생의 고백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더욱 충격인 것은 이러한 사례가 이 학교만의 사례가 아니고 다른 외고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전문 브로커까지 낀 상태에서 이를 알선하는 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었다고 하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그 이면에는 돈과 결탁되어 이루어진 것은 물론이다.

특히 이 김포외고 사건이 대다수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과 이를 뒷바라지한 학부모를 실망시킨 것이 가장 큰 잘못이겠지만 여기에 더 보태서 설립자의 기본 이념을 일부 교사가 비리를 저지르는 바람에 숭고한 생각을 퇴색케 한 것이다.

중앙일보(2007.11.15.) 기사에 따르면 김포외고 이사장은 전병두 씨인데 160센티미터도 안 되는 단신의 청계천에서 공구상을 40년 가까이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워낙 가난하여 고등학교도 중퇴했었고, 가난을 떨치기 위해 밤낮없이 성실하게 일했는데 지금도 시내버스로 출퇴근을 한다고 한다. 38년 동안 일하며 이틀 쉬었는데 그것도 신혼여행 때문이란다. 이렇게 근면한 덕에 제법 돈을 벌어 김포에 큰 온천목욕탕을 세웠고, 인천 남동공단에 공장을 세우기도 했는데 자식들에게 물려준다고 잘 운영된다는 보장이 없고 사회 환원과 인재양성을 위해 김포에 학교 부지를 샀다. 하지만 학교부지 주인은 전 이사장을 보고 교육을 시킬 의지도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 등기이전을 거부하였으나 법원에서 승소하여 간신히 학교부지를 사서 2년 전에 학교를 세운 것이 김포외고였다.

게다가 전 이사장은 보통의 사학들이 이사장에 취임하면 친인척들을 전진배치하고 전횡을 일삼는데 반해 학교 경영을 교장과 교사들에게 일임하고 본연의 천직인 공구상 일을 기름때 낀 장갑을 끼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설립자라서 가끔 일요일에 학교를 둘러보기만 할뿐 가르치는 일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사재 200억 원을 털어서 학교를 세우고, 개교 이후에도 10억 원을 더 밀어 넣어 후학 양성을 위한 일에 매진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운영을 모두 맡겼던 그에게 이번 사건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심한 배신감으로 밤에는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다고 했다.

앞서 말한 사학의 부정부패가 모든 사학에 걸쳐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대다수 사학들이 건학이념에 따라 2세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고 해도 비리백화점식의 만연한 사학 부패에 대해서는 변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올바른 건학 이념을 가졌던 초대 설립자 이후에 2세들이 경영하는 사학의 경우에는 최초의 건학이념이 실종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교육을 이끌어가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다 무능한 정치권이 몸 싸움 끝에 민주성과 깨끗한 사학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개방형 이사제를 비롯한 사학 재단을 견제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도로아미타불로 만드는 참화를 얼마전에 겪지 않았던가. 

특히 김포외고 사건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식의 결과중심주의가 아닌가 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과만 좋으면 중간과정이야 부정을 저지르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한몫을 하지 않았나 한다.

여기에다 한 번 학벌을 가지면 죽을 때까지 천형처럼 따라다니는 학벌만능주의와 함께 사회적 공화주의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보급하지 않는 잘못된 교육시스템이 거들었다고 본다. 선진국처럼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통해 개인의 인격형성과 성공이 이루어져야 이후에 개인이 사회에 그 은공을 베푸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교육시스템에서는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다. 개인의 노력과 재력에 비례하여 성취한 학벌과 부를 사회를 위해 내놓을 만한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시스템이 지금처럼 나라를 뒤흔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잉태한 큰 원인이 된 것이다.

오늘은 수능이다. 시험이 아니라 거의 전쟁수준으로 몰린 아이들에게도 연이은 교육계 비리는 배우는 의지를 꺾는 동시에 사회에 대한 삐딱한 시선과 부정적인 생각을 키워줄 수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기가 한 만큼 거둔다'는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말처럼 실현되는 그런 세상은 정말 요원한 것일까?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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