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한민국은 소수자로 살기에는 극히 힘든 곳임을 여실히 증명하게 한다. 실례를 다양하게 들어볼 필요 없이 성적소수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 외국인 노동자 등 비록 내가 그들의 삶과 생각에 100% 동의하지는 못해도 그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임을 인정하는 相生의 생각에는 동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서 말하는 민주공화국이다.
이러한 사회적 소수자에 버금가는 사람들 중 하나인 학교 조직의 행정직원이 공식적으로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무원노조교육기관연맹(이하 '교육기관 연맹')에서는 교육부와 사전 협의하여 긍정적 반응을 얻어냈고 국회의원들을 상대로도 면담을 하는 등 희망의 가닥을 잡아갔다.
관련 법안을 보면 기존 초중등교육법 제31조 제2항인 학교운영위원회 구성 인사 중에서 '교원대표, 학부모대표 및 지역사회 인사'만 있는 규정을 '교원대표'를 '교직원대표'로 하고 여기에다 '학생대표'까지 더 집어넣는 것으로 하는 안이었으나, 2007. 11. 15. 국회 교육사회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이주호(한나라당)의원이 학생대표만 집어넣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상임위에 올렸다가 교육기관 연맹 소속 시도교육청 위원장들이 면담을 하여 현재는 보류상태라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주호 의원은 관련 부서인 교육부의 의견조차 듣지 않은 채 법안을 추진했다고 하니 그 오만과 독선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더욱이 같은 교육위 소속 최순영(민주노동당)의원은 '학생대표, 교직원대표'로 하여 제출하였으나 끝내 부결되었다고 하니 부결시킨 의원들의 변명을 한 번 듣고 싶은 심정이다.
알다시피 학교운영위원회는 초·중등교육법 제31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그 학교의 교원·학부모대표 및 지역사회 인사로만 구성·운영되고 있으며, 학교의 전체적인 예산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실장은 간사 또는 관련 자료만 제출하는 등 수동적 구성원으로만 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중요한 학교 의사 결정과정에서 행정실 직원의 공식적인 의사표시 통로가 차단 또는 제한됨으로써 학교발전을 위한 행정직원의 역할 위축은 물론 회계 관계 분야 등 제반 사항 심의에 있어 보다 심도 있고 합리적인 안건 처리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할 학교운영에 있어서 일부 소속원을 뺀다는 것은 민주라는 그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다.
행정실 직원을 뺄만한 어떠한 근거가 있었을까? 단지 국회 교육위를 구성하는 몇몇 의원들이 교육관료 출신들이거나 대학교수라서 애써 이를 외면한 것일까? 법 개정을 위해 교육행정인들과 진지한 면담 한 번 나눠봤을까? 아니면 행정직원들이 학교운영에 낄 만큼 수준이 안 되니 배제한 것인지 그 진심을 한 번 듣고 싶다.
교육지원부서인 행정실 직원(일반직 및 기능직공무원, 회계직 등)에게도 운영위원으로서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기회가 부여되면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위상 제고와 조직에 대한 결속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의 예·결산 사항 등 주요 안건에 대한 심의에 있어서도 학교실정에 적합한 의견 개진과 보다 깊이 있는 심의를 통해 내실 있고 효율적인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학교에는 교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학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주 업무라서 교원 위주의 교육행정을 펼치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학생과 교사가 잘 배우고 가르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 손톱만큼도 없어서야 일할 맛이 나겠는가.
오늘 리포트 중에서 학교행정실을 교육지원실로 바꾸자는 내용이 있었다. 학교는 학교장을 중심으로 단일한 교육목적 아래 통합되어야 하고, 교원이 학생 교육을 위해 존재의미가 있듯 행정실의 소속 직원 역시 그래야 하며, 처리하는 소임만 다를 뿐 학생교육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학교구성원의 하나라고 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지당한 얘기다. 행정실 직원 중에서 누가 그 말이 틀리다고 토를 달겠는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하나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뿐만 아니라 제도로도 보완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앞에서 말한 직원의 운영위 참여 배제다. 국회의원도 이렇게 홀대하는 판에 현장에서 직접 묵묵히 일하는 리포터를 포함한 행정직원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책임만 무한정 지워주고 권한은 쥐꼬리 마냥 준 채 거기에다 학교운영에도 참여치 못하게 하는 이상한 구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행정직원도 학생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작은 보탬을 주는 보람으로 사는데 그것마저 느끼지 못하도록 아예 싹을 잘라버린 국회의원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