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품위 있는 결혼식을 보았다

2007.12.05 10:19:00

내가 결혼을 했던 30여 년 전만 해도 평일에 결혼식을 많이 하였다. 소위 사주궁합을 본 다음 길일을 혼사 날로 정했기 때문에 요즘처럼 하객이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평일결혼식은 사라지고 주로 하객이 많이 참석하는 일요일에 주로 하다가 요즈음은 토요일 오후에도 많이 하고 있다.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부터 토요일 혼사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12월 1일 토요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공항터미널예식장에서 올려진 집안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예식장 규모도 크고 품격이 있는 우아한 예식을 오랜만에 보았다. 예식이 시작되기 전에 하객이 많이 모여들었는데 많은 축하화환과 격이 어울리는 예식이 진행되었다.

신랑 신부의 어머니가 함께 입장하여 화촉을 밝혔고 사회자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에 따라 신랑이 씩씩한 모습으로 입장하였다. 예쁜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워 보였다. 평생을 교직에서 2세 교육에 전념해온 신부아버지는 처음이 아닌데도 식장 분위기에 감동했는지 상기된 표정이었다.

주례선생님은 신랑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분이 맡았다.  신랑 아버지는 대기업의 이사를 거쳐 창업한 회사의 회장을 거쳐 지금도 한 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지인도 많고 재력도 있는 인사라고 한다. 40년 지기 친구의 아들 주례를 잘 보아서인지 신랑신부와 하객들이 숨소리를 죽여가면서 주례사를 들었다. 간결하면서 논리적이고 새 출발하는 신랑신부에게 의미 있고 교훈이 담긴 수준 높은 주례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과 신부는 의학을 공부하였고 신랑은 공중 보건의로 신부는 레지던트2년차인 젊은 엘리트가 부부의 연을 맺고 경건한 예식을 올렸다. 축가도 흥겨운 우리가락의 피아노 반주에 가사내용이 가슴에 담아둘만한 내용이어서 감동을 안겨 주었다. 많은 신랑들은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올릴 때 넙죽 큰절을 하는데 신부와 보조를 맞추어 공손히 예를 갖추어 인사하는 모습이 더 보기 좋았다.

사회를 재미있게 보겠다는 생각으로 신랑의 체력을 테스트한다고 신부를 등에 앉히고 팔굽혀펴기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  많은 하객 앞에서 뽀뽀를 하라고 하는 등 짓궂은 장난도 하지 않았다.   경건하게 새 출발의 결혼행진을 하도록 했고 오색테이프나 눈처럼 스프레이를 뿌려서 장난기 섞인 천박한 친구들도 없으니까 한결 예식다운 예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로연석도 하객 석, 가족석, 주례석 등으로 구분하여 깨끗한 테이블에 정갈한 음식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 있게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양가 부모님들이 테이블 마다 다니며 인사를 하는 모습도 여느 피로연에서 볼 수 없었던 정겨운 모습이었다.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샴페인을 터트리며 하객전체가 잔을 높이 들고 “축하 합니다”를 외치며 피로연이 절정에 다다랐다. 신랑 신부도 테이블마다 다니며 인사를 드리니 덕담과 함께 축하 박수도 터져 나와 하객과의 인사가 정중하였고 돋보였다.

우리 전통 혼례풍습에 따르면 예식도 저녁시간에 하였다고한다. 일요일 낮 시간에 혼사를 치르면 하객은 하루를 소모하게 되는데 저녁시간에 하니까 일요일을 개인시간으로 쓰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져서 좋았다.

30분 간격으로 대충 대충 넘어가는 혼사와는 너무 대조가 되는 품위를 갖춘 결혼식으로 새 출발을 해야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어느 유원지에서 신혼여행을 떠날 신랑이 팬티만 입고 차 뒤에서 마라톤 선수처럼 달리는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엔 넥타이로 머리띠를 두르고 신부와 함께 죄인처럼 끈에 뮦여서 관중사이를 끌려 다니며 메가폰으로 신혼부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는 장난을 치는 짓궂은 모습을 본적이 있다.

친구들의 지나친 장난으로 경건한 새 출발에 고통을 안겨주고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는 잘못된 혼인의 의례가 사라지고 우리의 전통의례를 살리면서 뜻있고 경건한 마음으로 치러지는 신성한 혼례문화를 정립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였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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