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다가오면 학교 현장은 ‘방학 중 근무’문제로 한 차례 몸살을 앓는다. 이번 겨울 방학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매번 방학 때마다 되풀이되는 갈등을 보면서 일반인들은 혀를 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복에 겨운 투정’으로 몰아붙이면서 방학 중에는 보수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다.
사실 교직원 수가 8명 내외의 소규모 학교의 경우에는 근무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방학 기간이 30일인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약 3일 정도의 근무를 해야 하고, 방학 기간이 40일인 경우 4일 정도 근무를 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방학이니까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자기 연찬과 휴식을 갖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는 방학 중에도 민원인의 방문이 있고, 상급기관의 보고 공문, 지역 사회의 협조 요청은 여전히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무자가 없다면 이에 따른 불만 여론은 엄청나게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유독 교원에게만 방학이 있는 점은 모든 직장인들에게는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분은 방학이 있다는 점을 큰 매력으로 삼아 선생님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방학 내내 자기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렵다. 초임 시절 시골 면 단위 중학교에 있을 때의 일이다. 서너 명이 한 조가 되어 며칠씩 일직 및 숙직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그렇게 며칠 근무를 하고 나면 내가 누릴 수 있는 온전한 방학도 며칠 되지 않았다.
큰 학교로 옮기면서부터는 방학 중 근무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교원수가 많기 때문에 근무 부담이 없었고, 보충 수업이다 자율학습이다 해서 늘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근무조를 폐지하고 선생님 한 분씩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교직원수가 7~8명밖에 없는 작은 학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마저도 하지 않겠다고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일 아닌가. 이런 학교에서는 근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 규모가 큰 학교에서 이런 문제로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그러나 최근 교원노조의 교섭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정기적인 학교 현안이 되었고, 이것으로 인한 구성원의 갈등과 대립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방학 중에 교문에 못질을 하고 닫아 둔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누군가가 나와서 근무를 해야만 한다. 그래서 부담이 되는 근무조 편성을 지양하고 한 사람씩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상황이다. 교사 한 사람이 학교에 나와 접수된 공문의 시급성을 확인하여 담당자에게 알려 주기도 하고, 출석 학급 아이들과 함께 청소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의 일상을 읽어내고 생활지도도 한다. 올 여름에는 학교도서관이 방학 중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아마 이번 겨울 방학에는 도서관 개방과 독서 지도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의 갈등 과정을 거치면서 이젠 정착 단계에 있어야 함에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더구나 올해는 ‘교사가 나와서 근무하니 교장, 교감도 나와서 근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사실 단위학교의 교장이 방학 중에도 단 하루도 학교일을 망각하고 자기 마음대로 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그 책임의 막중함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는 학교의 크고 작은 일로 상급기관이나 지역 기관 단체에서 찾는 일이 빈번하다. 때로는 공문과 관련하여 협의하고 결정해야 경우가 많다. 어디 그뿐인가. 때로는 연수도 해야 하고, 각종 회의나 세미나에도 참석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근무하고 있으니까 반드시 교장이나 교감이 함께 근무해야 한다고 교장 교감을 압박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또한 상식도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재충전의 기회가 되어야 하고, 즐거워해야 할 방학이 시작도 되기 전에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안은 없을까. 누구 말대로 용역을 사서 근무하게 하고 교원들에게는 보수를 주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만 이 갈등이 없어질 것인지 걱정이다.
방학도 엄연한 교육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한다. 교원에게는 연수와 연구의 기회로, 학생들에게는 교실 중심의 학습장을 보다 넓고 크게 확대시켜 주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더 정밀한 계획과 꼼꼼한 관리를 통해서 방학 중이 그냥 쉬는 기간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실제로 많은 선생님들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방학 중 모보수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또한 외국처럼 교원에게 겸직이나 겸업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절대로 생각해 볼 수 없는 논리라고 생각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방학 중 근무’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방안은 정말 없는 것일까. 공직자로서 책무성과 국민에 대한 봉사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한 학기 동안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잘 생활해 오다가도 방학만 되면 또 다시 서로 대립하는 이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지 걱정이다. ‘방학 중 근무’가 우리 교단을 매 학기마다 반복적으로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만큼 심각한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