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입맛에 맞춘 구왕봉과 희양산 1

2007.12.10 14:32:00

휴일이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 은티마을 입구 주차장에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삼사십 대씩 들어찬다. 산골의 오지마을에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화양동, 선유동, 쌍곡계곡과 대야산, 도명산, 중대봉 등을 품고 있어 산수가 수려한 괴산군에는 산세가 아름다워 사랑받는 명산이 많다. 은티마을은 백두대간의 길목인데다 ‘괴산 35명산’ 중 마분봉, 악휘봉, 시루봉, 구왕봉, 희양산으로의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은티마을에서 등반을 시작하는 구왕봉(898m)과 희양산(998m)은 가까이에서 마주보고 있어 한번에 등반을 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11월 24일 은티마을로 차를 몰았다. 주차장에서 마을유래비와 마을 입구의 주막집을 지나면 산행안내판이 서있다. 멀리 지름티재를 사이에 두고 왼쪽의 희양산과 오른쪽의 구왕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밭 사이로 난 넓은 길을 따라가면 한참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농경지가 이어지고 그 끝에서 가까운 거리에 ‘백두대간 희양산’을 알리는 표석과 이정표가 서있다. 하나의 산만 등반하려면 지름티재까지 올라가 등반할 산을 선택하는 게 좋지만 두 곳 모두 등반하기 위해 오른쪽 호리골재 방향으로 향했다.


숲속을 걷는 산행은 이곳부터 시작되지만 비교적 평탄한 산길이다. 며칠 전만해도 단풍으로 아름다웠을 텐데 나목들만 가득하다. 길가에 쌓여있는 나뭇잎들이 서리를 맞고 오그라든 모습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계곡을 따라 잡목이 우거진 산속으로 1시간여 들어가면 산등성이에서 제법 큰 묘를 만난다. 이곳 능선에서 오른쪽은 악휘봉, 왼쪽은 구왕봉 방향이다.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악휘봉쪽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50여분 올라가면 옆에 아름다운 고사목이 한그루 서있는 마당바위가 나온다. 이곳 쉼터는 은티마을과 부근의 산들이 한눈에 보일 만큼 조망이 좋다.


마당바위에서 5분여 거리에 정상이 있다. '구왕봉 894m'라고 써있는 종이를 코팅해 나무에 걸어놨다. 정상이 참나무 숲속에 있다보니 바로 앞에 있는 희양산도 희미하게 보여 초라하게 느껴지는 산이다.




정상을 벗어나 100여m 아래로 내려오면 왜 희양산을 조망하는 산으로 만족하고 있는지 구왕봉의 진가를 발견한다. 온통 하나의 바위로 이루어져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희양산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다. 오른편 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봉암사도 눈에 들어온다. 봉암사는 신라 헌강왕 5년(879년)에 창건된 고찰로 문화재가 많은 참선수행지로 알려져 있다.

맞은 편에서 봐야 진가를 아는 산이 구왕봉과 희양산이다. 어쩌면 서로 상대방의 입맛에 맞춰주고 있을 것이다. 구왕봉이나 희양산이나 일단 산속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모습은 철저히 감추고 있는 산이라서 더 그렇다.

보는 위치나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게 산이다. 20여분 거리에 있는 전망대 바위까지 희양산이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보는 희양산의 모습이 압권이다. 주변의 소나무들이 만든 풍경도 아름답다.




세미클라이밍지대를 몇 곳 지나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 지름티재를 만난다. 이곳에 잡목을 지저분하게 걸쳐놓아 고갯길을 막은 울타리가 볼썽사나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안내문에는 ‘희양산 및 봉암 용곡 일원은 사찰 경내지로 스님들이 참선 수행하는 곳이라 등산객의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써있다.

소유권을 주장하며 사찰로의 통행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하고 세련된 안내판을 세우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왠지 아쉬움도 남는다.

[교통안내]
1. 중부고속도로-증평IC-괴산-연풍-주진리 은티마을
2. 중부내륙고속도로-연풍IC-주진리 은티마을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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