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것을 포기하지는 말아라

2007.12.12 11:46:00


매년 이맘때만 되면 반복되는 단골 신문기사가 있다. 수능성적 비관자살 어쩌고저쩌고 등으로 시작하는 기사다. 올해는 안 볼 수 있나 했더니 예외는 없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한 집안의 쌍둥이 자매가 그래서 슬픔과 우울함이 두 배가 된다.

연합뉴스(2007.12.10. 기사 참조)에 의하면, 고3 쌍둥이 자매가 수능성적을 비관해 투신자살한 사건이 벌어지자 교육계 또한 충격이 휩싸였다. 경남 창원시 상남동 한 아파트 현관 주변에서 A(18·고3)양 등 쌍둥이 자매가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이들 자매는 하루 전날 집을 나간 뒤 이날 새벽 3시 50분경 휴대전화를 통해 부모에게 "죄송합니다. 동생하고 행복하게 잘 사세요"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한편 경찰은 이들이 지난 7일 발표한 수능 성적이 좋지 않게 나와 고민했다는 주변인의 진술에 따라 일단 수능 성적을 비관해 아파트 고층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자매의 빈소는 창원 00병원 영안실에 마련되었다.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충격을 받고 실신해 병원에 입원했으며, 아버지 또한 충격을 받아 특별히 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자매가 다녔던 창원 B여고도 이날 아침 소식을 듣고 학교장과 담임교사들이 병원과 집 등을 찾기도 했는데, B여고 관계자는 ""평소에도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수능 성적도 평소 성적과 별로 차이가 없다고 한다."고 말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우선 요즘 설왕설래하고 있는 올해 처음 도입된 수능 등급제의 허실은 논하지 않겠다. 아울러 학생들을 극단의 경쟁상대로 몰고 가는 현재 같은 지옥 같은 입시체제도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어떠한 제도이건 간에 長短이 있기 마련이나, 근본적으로 모든 과도한 입시위주의 정책으로 인한 각종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상교육뿐인데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는 이상 말해봐야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상에 나와서 20년을 채 살지도 못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꽃다운 미래의 꿈나무들이 왜 안타까운 목숨을 쉽게 끊냐는 것이다. 물론 자기가 생각하고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실망한 나머지 그 정신적, 육체적 고통 또한 극심했겠지만, 어떠한 무엇보다 자기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없는 것이다.

거창하게 부처가 얘기하신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것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인간들 모두는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최고의 진리를 깨닫고 석가모니 부처와 똑같은 부처가 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는 나는 비단 석가모니 부처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즉, 이 세상 모든 존재 가운데 가장 고귀한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그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극존칭의 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소중하고 존귀한 자신의 생명을, 그것도 부모님의 피와 살을 엮어서 어렵게 만들어진 그 생명의 끈을 어찌 그리 쉽게 놓을 수 있냐는 것이다.

저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 중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우박과 소나기를 한 번 맞지 않고 한 번에 하늘을 날았던 새가 있었을까. 그런 새는 한 마리도 없을 것이다. 저마다 시행착오라는 것을 다 겪은 후에 지금같이 마음껏 창공을 날고 있는 것이 아닐까.

순간의 절망감이 먹구름처럼 하늘을 드리워도 나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땅으로 곤두박질치겠다는 생각만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 하늘의 먹구름이 걷히고 해가 뜨는 것은 하루도 걸리지 않으니 말이다.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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