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결단'이 한단계 성숙의 계기되길

2007.12.28 13:37:00

지난 11월에 실시된 2008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일부과목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됨으로써 수능역사상`초유의 사태' 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입전형에 어느정도의 차질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물리 II 11번 문항의 오답 논란과 관련, 2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정답을 인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물리학회가 11번 문항의 복수정답 가능성을 제기한데 대해 평가원이 22일 '문항과 정답에 모두 이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지 이틀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연합뉴스, 2007.12.24 17:25 ).

이번 수능시험의 복수정답인정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본적으로는 출제과정에서의 오류를 지적할 수 밖에 없지만 문제제기 이후 곧바로 복수정답을 인정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용기있는 결단을 높이 사고 싶다. 자꾸 시간을 끌었다면 논란만 증폭될 뿐 서로에게 득보다 실이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정강정 원장이 전격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문제가 발생했으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장인 정 원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사퇴까지 하는 것은 무조건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수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관행이 결코 옳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남아서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여 다시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러나면 그만이라는 관행을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물러나면 모든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관행도 깨져야 한다. 무조건 사퇴한다면 그만큼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수장을 다시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입전형일정을 재빨리 조정한 교육부의 대처도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교육부는 24일 저녁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복수정답 인정 후 곧바로 정부청사 통합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가원의 재채점 결정에 따라 등급이 조정되는 학생에 한해 26일 오전까지 성적을 재통보하고 28일까지 정시 접수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염려했던 대입전형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빗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곧바로 잠재울 것으로 보인이다. 그렇더라도 정시 접수기간을 연장한 자체가 대입전형에 차질을 불러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큰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이번의 사태를 거울삼아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향후에는 이런 유사한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사태는 재빠른 대응으로 큰 문제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이런일이 또다시 재발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충분히 잠재해 있는 만큼 시험문제 출제와 관리에 더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결국 피해는 수험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끝으로 교육부에서 밝힌 것처럼 물리Ⅱ로 일부 학생의 등급이 조정될 뿐 다른 학생들의 등급에는 변화가 없도록 한 것 역시 교육부의 판단이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원칙대로라면 다른 학생들도 등급이 조정돼야 하지만 아주 돌발적인 상황에서 응급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대다수 수험생의 입학전형은 최대한 흔들림 없이 일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이번의 사태가 마무리되어 대입전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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