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내서 한번 오세요.

2008.01.09 09:11:00

방학이지만 이런저런 일로 학교에 출근했다. 1월 들어서는 매일같이 출근을 하고 있다. 정보화연수를 마쳤지만 산적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침에는 빨리 일을 마치고 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지만 그렇게 쉽게 일이 끝나지 않았다. 그럭저럭 퇴근시간이 되었다. 교사들이라면 대부분 경험을 했겠지만 방학때 학교에 나가면 평소보다 도리어 일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는 방학이지만 교육청이 방학이 아닐 뿐 아니라 크고작은 각종 공사를 하기 때문에 자신의 부서와 관련된 공사에는 자주 점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둠이 짙어질 무렵에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옆에서 갑자기 '안녕하십니까? 오랫만입니다.'라고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나한테 하는 것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왠지 느낌이 이상해서 옆을 보았다. 그는 리포터가 자주 다니는 치과의사였다. 당황스러웠지만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치과앞에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수년전부터 우리 아파트에 주차를 하고 있었다. 치과진료를 마치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했다.

'방학하지 않으셨나요? 방학인데 어디 다녀오세요.' '학교에 다녀오는 중입니다. 뭐 방학이긴 해도 할일이 꽤나 많네요.' '방학중에도 수업준비하고 그러시나봐요.' '물론 그런것도 하지만 그 외에도 할일이 많습니다. 업무처리에 연수에 그런것들이 많습니다.' '아 그렇군요. 저는 방학이면 모든 선생님들이 편히 쉬시는 줄 알았어요. 나름대로 많이 바쁘시군요.' '그래요. 모든 교사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방학에도 각종연수와 업무처리 등으로 바쁜 편입니다.'

'그나저나 언제 시간내서 치과에 한번 오십시오. 선생님 치과 다녀가신지 꽤나 오래된 것 같은데....선생님들 중에는 이가 안좋으신 분들이 많이 계시다고 하더군요. 아마 말씀을 많이 하시기 때문인가 봐요. 허허' '예, 그러지 않아도 조만간 찾아 뵐려고 했습니다. 곧 가도록 하지요.' 그렇게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정말로 선생님들 중에 이가 안좋은 경우가 많은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겼다.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가 나빠질 수도 있나.

어쨌든 그는 치과의사이고 리포터는 교사이다. 사실 치과에 가보면 다른 병원보다 치과의 진료비가 더 비싼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반 병원들은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이 길어도 5분을 넘기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치과는 최소한 20-30분이 걸린다. 그만큼 진료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진료비가 더 비쌀 것이다. 또한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가 일반병원에 비해 더 적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치과의사의 눈에 비친 교사들의 방학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방학은 편하게 쉬는 시간쯤으로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교사들은 방학에도 바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해 하던 그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일반인들이 보는 교사의 모습이 다소 왜곡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교사들을 보는 사회적인 시각에도 문제가 있지만 교사들 스스로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내내 뭔가를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최소한의 자기연찬을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연수는 물론이고 새학기의 시작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함께 하는 모습을 우리 스스로 보여야 할 것이다.

올해 부터는 3년동안 90시간의 연수를 무조건 이수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는 3년에 90시간이 아니라, 1년에 90시간 이상 연수를 이수하는 교사들도 많다. 이렇게 열심히 연수를 이수하지만 교육부에서는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일련의 시각을 잠재울 수 있는 집단은 오로지 우리 교사집단 뿐이다. 방학이지만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더이상 교사들을 보는 곱지않은 시각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교사는 전문성을 가진 집단이기 때문이다. 전문성 신장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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