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생가와 향수의 고장 '옥천 구읍'

2008.01.09 09:15:00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중략 ~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게 만드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鄕愁)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옥천이다. 옥천은 대전과 이웃하고 경부고속도로 옥천IC에서 가까운 곳에 정지용 생가가 있다.






옥천IC를 나와 보은방면으로 좌회전해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옥천 구읍이다. 처음 만나는 문정삼거리에서 직진해 수북방향으로 가다 옥천동성교회 못미처에서 좌측으로 들어가면 정지용 생가가 나타난다.

크게 기대를 하고 간 사람들은 실망한다. 달랑 초가집 한 채와 헛간 한 채 뿐이고 겨울이라 바깥마당에 있는 물레방아마저 돌지 않는다. 그래도 마당 한편에 향수 전문이 새겨진 시비가 서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정지용문학관이 바로 옆에 있어 아쉬움을 달래준다.

훌륭한 시인의 생가가 왜 그리 초라한지, 복원작업이 왜 늦어졌는지는 6·25때 행방불명되어 월북 작가로 분류되다가 1988년대에 들어서야 작품이 해금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이해한다.




생가 옆으로 ‘향수'에 나오는 실개천이 흐른다. 안방에 시인의 아버지가 한약방을 하였음을 알게 하는 가구와 시인의 시가 걸려있다. 부뚜막 위에 밥상이 놓여있는 부엌과 작고 아담한 헛간의 풍경이 너무나도 수수하다.






새것과 헌 것을 아울러 이르는 신구(新舊)라는 말을 이곳에서 실감한다. 옥천은 경부고속도로를 경계로 신읍과 구읍으로 나뉜다. 정지용 생가와 함께 옥천향교, 육영수 생가지가 있는 구읍은 옛 명성만 간직한 채 초라해 신구가 공존하는 게 역사라는 것을 알게 한다.

구읍에서 만나는 풍경들이 영화세트장으로 착각하게 한다. 넓은 마당에 생김새가 다른 돌들이 널려있고 1856년에 건축된 기와집에서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춘추민속관도 그중 하나다. ‘소식주시고 오시면 술 담아 놓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문패를 대신해 걸려있다. 구읍사거리에서 바라보이는 방앗간도 눈길을 끈다. 방앗간의 낡은 양철지붕들이 구읍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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