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에 나왔던 자극적인 제목이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씌어 있었다.
내용이야 대충 아는 것이겠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위원들이 정부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서 업무 보고를 받는 중에 자신들의 입맛과 맞지 않는 내용을 가져오자 뭐라고 하는 중에 나온 모양이다. 이를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하여 공무원들을 신랄히 비판하였다.
그들이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하게 된 동기를 크게 본다면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하나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의 입맛대로 시키는 대로 이러저러한 정책을 추진했으니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일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과거 정부에서 현 대통령 당선인과 다른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당선자가 또 다른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니까 거기에 맞춰 손바닥 뒤집듯 생각을 바꾼 것을 비꼰 것일 수도 있겠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후자가 아닐까 한다. 참여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추진했든 이명박 당선자가 또 어떠한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잘못 운영되는 엽관주의(獵官主義)식 행정체제 아래에서는 앞에서 말한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엽관주의는 공무원의 임면을 능력·자격·실적 등에 두지 않고 인사권자의 혈연·지연·학벌 등 당파적 정실에 두는 인사제도를 말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직업공무원제(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공무원으로 일단 임용되면 공직을 보람 있는 평생의 직업이라 생각하고 일생을 바쳐 성실히 근무하도록 운영하는 인사제도)라서 전부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차관보 이상 정무직 공무원은 엽관주의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치색을 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공공연한 비밀 중에서 고위공무원(중앙정부는 2급 이상, 우리 지방교육청은 4급 이상) 중에서 순수한 행정적 능력만으로 승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러저러한 학연, 지연, 혈연이 많이 개입되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고위공무원들이 포진한 행정조직에서 여러 정책을 생산하는 중하위직 공무원들에게 새로운 정부의 정치색을 배재한 채 나름의 소신 있는 행정을 하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물론 어떤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자진 투항하여 정치인들의 수족노릇을 하는 진짜 ‘영혼 없는 공무원’들도 있긴 하다. 그러한 공무원들은 고위직일수록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나라 공무원 체제가 관료주의이다 보니 상의하달(上意下達)식 명령체제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여기에다가 공무원들에게는 상사에 대한 복종의 의무가 있지 않은가.
신규 공무원 교육을 받았을 때 내용 중에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내용이 있다. 시험 문제가 상사가 명령을 내렸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것이냐 였는데 정답은 ‘위법한 명령은 단호히 거부해야 하지만 부당한 명령은 따라야 한다’이었다. 대부분 상사들이 이치에 합당하고 규정에 어긋나지 않은 것을 하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위의 금언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원칙은 양보하지 말되 그 이외의 것에서는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들이 현 정부와 노선이 완전 바뀌어도 그것을 따라야 하는 것이 현 공무원 제도하의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숙명이다. 규정에 어긋난 것을 한다면 몰라도 그런 것을 감안하지 않고 비난만 하기에 하는 말이다. 그것도 현재 같은 불경기에 인기 상종가를 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들을 싸잡아 나무라기에 그렇다. 일부 못된 아비가 밉다고 해서 다른 아들까지 미워하는 연좌제를 공무원에게 덧씌우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