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쪽은 네 오른쪽이다.

2008.01.21 11:56:00

1997년 인도네시아의 한 부근에 추락, 탑승자 234명 전원이 사망한 항공기 사건이 있었는데 사고 원인을 알려주는 교신 내용이 있다.

관제탑 :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라.
조종사 : 알았다.
관제탑 : 지금 왼쪽으로 가고 있다.
조종사 :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
관제탑 : 좋다. 그대로 왼쪽으로 가라.
조종사 : 왼쪽이라고? 우리는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데.
관제탑 : 좋다. 그대로 오른쪽으로 가라.
조종사 : 아아아악!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아랍어)!

위 사건의 원인은 관제사와 조종사간의 교신 과정에서 서로 간에 오해가 빚어서 생긴 것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내 오른쪽은 네 왼쪽이라는 사실을 잊은 데 있는 것이다.

요즘 교육계를 달구고 있는 단어 중에서 ‘인재과학부’라는 것이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교육인적자원부에다가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붙여서 인재과학부라는 교육 명칭이 빠진 새로운 부를 만든다는 복안을 발표하자 교육계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조차 항의가 빗발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수위에서 교직단체를 비롯한 여론을 듣고서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교육과학부’라는 명칭으로 바꾼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일단 어느 부처의 기능을 어느 부처에 붙이고 떼고, 무엇을 새로 만들고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정권을 잡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정치철학과 실천하고 싶은 여러 개념들을 움직여 줄 부처를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기에 시비를 걸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앞의 사례와 같이 당연히 있어야 할 상징성을 배제한 채 몇몇 인수위원들이 보안을 이유로 해서 밀실에 모여 쑥덕공론 식으로 만들어 낸 부처 명칭의 민주성과 정당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고 싶다. 나름대로 외국 유학 다녀온 박사출신 정치인이자 학자가 내놓은 의견일 지라도 그도 사람인지라 실수는 하기 마련인데, 그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 금과옥조 인양 붙들고 있다가 세상을 시끄럽게 한 다음 슬그머니 원상 복귀한 것은 옥에 티가 아닌가 한다.

앞의 항공기 추락 사례에 비추어 보듯 세상이나 조직은 말이 통하도록 해야 한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다. 위아래도 없다. 아래위 구분 없이 서로에게 맞추는 이유는 우리에게 공동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나보다 수준이 조금 낮을 듯해서 상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만과 독선이다. 그런 독불장군이 실패하여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우리 근처에 흔하다. 학교만 봐도 그렇다. 교장이 그의 생각대로 모든 것을 이끌어 가는 학교는 어느 순간에는 학교의 교육과 학사행정이 잘 추진되는 듯 하나 그 추진동력은 얼마를 가지 못하고 무너지게 마련이다. 다소 추진력이 늦는 듯 하겠지만 교직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활용하면 100% 의견 수렴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과거는 우리의 기억속에서만, 기억이 지시하는 대상으로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래서 기억은 반드시 선택적 망각이 있어야 한다. 과거의 안좋은 사례들을 깨끗이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있다. 과거 실패한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상도 그렇다. 제 아무리 권력을 쥐고 흔드는 인수위라 하더라도 국민들의 의견을 허투루 하면 안 된다. 보잘것없는 사소한 것이라도 한번 쯤 훑어보고 들어보는 관심이 필요하다. 내 오른쪽은 네게는 왼쪽이니 말이다.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서로 맞추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그 조직과 세상은 활기로 가득찰 것이다.

- 위 비행기 사고에 관한 일화는 <행복한 동행> 1월호의 박영근 님 글을 일부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
백장현 교육행정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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