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만 잘되면 그만인가.

2008.01.25 10:12:00

새 정부의 파격적인 영어교육 개혁안이 교육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개혁안을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들에 대한 방안은 일체없이 결과가 불명확한 방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1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방안에 따라 학교교육만으로도 영어교육의 효과를 얻기 위해 내놓은 방안들이다. 영어교과는 당장에 내년부터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영어교사 모두가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하다.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모든 영어교과 교사가 영어로만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학생들의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고등학교의 지역적인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의 준비도 아직은 되어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조만간에 시범운영을 거쳐 일반교과도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영어교사가 영어교과의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는 것도 준비가 덜 된 상태인데, 일반교과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선행조건을 무시한 처사라는 생각이다. 무조건 영어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안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영어로 수업하면 영어실력이 부쩍 늘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당장에 내년부터 영어교과를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영어교사에게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어교사들을 연수를 통해 재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에 있는 모든 영어교사가 단 1년내에 연수를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 많은 영어교사가 짧은 1년사이에 연수를 받게 되면 올해 일선학교의 영어수업은 누가 하란 이야기인가. 현재의 학생들에게 파행적인 영어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이야기인가. 이해 할 수 없다.

설령 연수실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고 하자. 그 수많은 영어교사들을 연수시킬 재원은 마련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영어교사 연수라면 다른 교과담당 교사들의 연수와 달리 해외의 현장연수가 필수적이다. 제대로된 영어교육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 많은 교사들을 어떤 예산으로 연수를 시킬지 염려스럽다. 더우기 그 연수가 1,2주만에 끝나는 연수가 아니라고 본다면 일선학교의 영어수업문제나 재원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영어교과외에 나머지 교과도 향후에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한다고 하는데, 영어교과의 영어도 제대로 이해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현실에서 어떻게 다른 교과의 영어수업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결국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들은 가뜩이나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영어를 몰라서 모든 과목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영어극복을 위해 또다른 사교육비지출이 증가할 것이다. 영어위주의 교육정책이 학부모에게는 사교육비 증가를,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영어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기타과목(영어교과 이외의 과목)의 경우는 우선적으로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학, 과학, 예체는 과목에서 영어로 수업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수학, 과학, 예체능 과목이 영어로 수업해도 이해를 잘 할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말로 수업하고 설명해도 이해를 잘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과목이 수학과 과학이다. 그런데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 다른과목에 비해 이해를 잘 할 수 있는 과목이라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학과 과학은 철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과목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영어로 수업을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목이라는 것에 공감하기 어렵다.

영어교육개혁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교과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는 영어때문에 더 이해를 하지못해 어려움이 가중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체과목을 다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가 되는 것이다. 영어가 안되면 모든 과목이 다 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어에만 올인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일단 영어를 잘해야 나머지 과목의 공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어가 중요하고 잘해야 하는 과목이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국제화 시대에 살아가는 학생들과 교사들도 영어를 중요시 해아 한다. 그러나 영어가 전부는 아니다. 영어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때로는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어느때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서는 안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모든 학생들의 영어능력이 어느정도 완성되어야 영어로의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설명하는 개념도 이해를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은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성적부진아가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영어교육개혁방안은 좀더 손질해야 한다.. 더우기 영어외의 과목도 모두 영어로 교육을 실시한다는 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영어만 잘되면 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를 비롯한 수학, 과학, 예체능 과목도 다 잘되어야 한다. 좀더 다양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조건 밀어붙였던 정책은 성공한 경우보다 실패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을 꼭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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