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으로 임용될 수 있는 이른바 무자격교장공모제의 추진여파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인데, 이번에는 교사도 무자격자가 임용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영어몰입교육' 을 추진하면서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재원을 대폭 투입하고, 영어교사 자격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영어교사 자격제도란 학원강사 등 영어 능력자들이 일정한 연수를 받고 자격을 취득하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교직을 개방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문화일보, 2008.1.25)
이 방안이 인수위원회의 의도대로 추진된다면 영어교사가 되기위해 사범대학에서 4년동안 교육을 받고, 어려운 임용시험을 통과한 영어교사는 하루아침에 실력없는 교사로 전락할 수 있다. 학원강사등에게 일정한 연수를 받도록 한다면 그 기간이 사범대학의 4년보다 더 길겠는가. 단기간의 교육을 거쳐 영어교사로 임용될 것이다. 다른 모든 조건은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사범대학에서 4년동안 받은 교육은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굳이 사범대학에 진학해서 어려운 임용시험을 통해 교사가 될 이유가 없다. 무조건 영어만 잘하면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범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영어에만 올인하면 쉽게 영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영어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격적으로 '영어몰입교육'이 실시되면 영어 이외의 과목에서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영어교사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영어능력만 갖춘 일반인들도 교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교육관이 있고 없고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영어로 수업진행이 가능하면 그만인 것이다. 교사자격증 자체가 불필요해 질 것이다. 자격증이라는 것은 해당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보증수표와 같은 것이다. 운전면허없이 운전을 하면 범법자가 된다. 그래서 면허증이 필요한 것이다. 법률공부를 아무리 많이 했어도 자격증이 없으면 변호사를 할 수 없다. 법률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모든 이들이 변호사가 될 수 있다면 굳이 사법시험을 실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교사자격증을 가진 교사들은 변호사보다 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후 교사가 되었다. 다른 분야의 자격증은 '학력제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교사자격증은 어떠한가. 최소한 4년제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을 졸업해야만 취득이 가능하다. 최소한의 기본조건으로 '학사학위취득'을 제시하고 있다. 자격증만 따면 바로 개업할 수 있는 다른 분야와 또다른 부분이 있다. 교사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교원임용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교사가 될 수 없다. 이것이 현재 교사가 되려면 거쳐야 하는 관문들이다.
인수위원회에서는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듯 하다. 누구나 영어만 잘하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는 단순한 논리만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자격증이 필요한 것이 교사 아니었던가. 왜 사범대학이 필요한가. 이런 식으로 교직을 개방하기 이전에 사범대학을 없애는 일을 더 먼저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범대학의 기능이 무엇인가. 실력과 교직관을 함께 갖춘 훌륭한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단기간의 교육을 통해 자격을 주고 교사로 임용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조건은 무시하고 영어잘하는 능력 하나만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없는 학원강사등을 단기간의 교육을 통해 교사로 임용한다는 것은 무자격교장 임용보다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 우선은 기존의 영어교사들의 영어능력향상을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능력이 없으면 그만두라는 식의 논리는 인정할 수 없다. 교육이 어디 영어만으로 가능한 것인가. 영어도 중요하지만 다른 능력도 중요한 것 아닌다. 영어교육을 빌미로 교직을 개방하려는 시도를 당장에 백지화해야 한다. 영어교육을 활성화한다는 기본취지에는 공감하고 찬성한다고 해도 교직을 개방하여 쉽게 교사가 되도록 하는 것은 기존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교사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처사이다. 교직개방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