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교육정책을 보며

2008.02.04 15:00:00

온 나라가 영어 때문에 시끄럽다. 영어 교육 강화 방안에 대한 찬반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기발한 계획(?)들이 쏟아져 나와 정신이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영어교사 삼진 아웃제’, ‘영어 잘 하면 군대 안가’, ‘영어전용교사 자격제도’ 등 많은 이야기들도 나왔다. 심지어 어느 신문에서는 ‘군대(軍隊) 2년 동안 영어만 쓰게 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많은 반론이 제기되자 지난 1월 31일, 대통령 당선인은 ‘영어공교육 강화 반대 논의는 고속도로상의 역주행’에 비유하면서 반대 논의 차단에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실용회화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정하지 못하고 좌충우돌 여론 떠 보기식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인수위의 발표 내용에는 회의감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영어를 잘 해야 잘 살 수 있다’는 단순논리에 매몰된 일방주의가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 내 놓은 영어교육 강화 방안들이 국민들을 무릎 치게 하기는커녕 근심과 걱정에 빠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에서는 영어교육과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에서는 ‘교육적 측면’에서 검토하지 않고 ‘영어공학’적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학적’의 핵심은 빠른 시간 내에 공정을 완료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그런 감이 든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청계천 복구’에서 보인 당선인의 능력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 반대론자들과 무려 4,000여 차례의 만남을 통해서 설득과 이해를 이끌어냈던 당선인의 의지와 실천력은 참 대단한 감동거리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 문제는 이런 당선인의 의지와 노력이 보이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교육 비롯한 교육문제를 인수위의 몇 사람의 생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정책 방향은 인수위에서 마련하더라고 구체적인 로드맵은 교육전문가들이 마련하도록 했어야 한다. 또한 현장의 실태를 분석하고 현장을 잘 아는 교원들과 함께 로드맵을 마련하게 했어야 한다. ‘영어교사 삼진 아웃제’와 같은 발상으로 현장 교원들에게 강요와 공포감을 주는 것도 문제지만, 영어만 잘 하면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게 한다는 ‘영어전용교사자격증 제도’는 교원의 정체성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당선인 임기 내에 모든 것을 완료하겠다는 마음으로 서두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영어는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내일의 문제이고, 미래의 문제이다. 그런 만큼 장기적인 계획을 잘 마련해야 한다. 즉 현장교사의 재교육 프로그램의 마련과 재원확보, 교대와 사범대학의 교사 양성체제 개편, 원어민 확보 배치, 현장의 교실 여건 조성, 학급 학생수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학원만도 못한 공교육시설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사교육 시설이 학교보다 더 안락하고 편안한 곳, 공부하기 좋은 곳으로 각인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명박 당선인이 그 동안 보여주었던 설득과 이해에 바탕을 둔 강한 실천력과 의지가 교육 발전 계획에도 충분히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당선인의 미래 지향적 정책 목표가 교육전문가들에 의해서 다듬어져 더 효율적인 방안들이 모색되었으면 한다. 또한 현장 교원의 사기와 책무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대책들이 강구되었으면 한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서는 인수위의 몇 사람이 우리나라 전체의 교육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안타깝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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