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7대 대통령 취임일이 스무날 남짓 남았다. 수평적 정권교체가 되므로 그간 정부와는 조금 다른 정책들이 추진되어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그중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에서 23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데 실효를 거두기 위한 대책 마련이 없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학급당 `35명→23명' 추진 난제 산적, 2월 1일자 기사 참조)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영어 공교육 실현을 위해 2010년부터 초등학교 3, 4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2012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모든 학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영어 말하기ㆍ쓰기 수업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어수업을 하는 경우에는 학급당 학생 수를 기존의 평균 35명에서 23명까지 줄인다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본 학부모나 일반 국민들은 우선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드니 전인교육과 함께 학습력 제고가 수월해질 것으로 낙관하는 생각이 많이 들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OECD 국가의 교육여건에 대해 드문드문 들어온 터라 우리나라의 교육여건에 대해서는 한참 낮게 보는 터라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대안 없이 학생 수 감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언론에서도일부 시각으로 제기한 바와 같이 영어수업을 심도 있게 하기 위해 무리하게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정책은 상당한 위험성이 있음을 아울러 지적해 두고 싶다.
특히, 학생 수와 학업성취도 상관관계에 대한 충분한 국내의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급당 인원이 적으면 학업성취도는 높을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이에 대해서는 본 e-리포트 9506번 [정책제언] 학생 수와 학업성취도 상관관계 연구 필요, 2007.11.01. 기고한 글 참조). 한국교육개발원 소속의 한 연구원이 “적정 학급규모에 대한 연구가 주기적으로 이뤄졌지만 어느 기점이 학습효과가 떨어지고, 생활지도 효과가 떨어지는 과밀 개념인지 실증적 연구가 제대로 이뤄진 바 없다”고 한 발언으로 그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할 수 있다.
물론 교원들의 1:1 수업에 있어서 적은 학생 수를 확보하여 교수를 용이하게 한다든가 교수학습 연구에 더 시간을 투자하도록 하기 위하여 급당인원을 줄이는 것 같은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문제의 시각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국가적 재앙인 저출산 현상의 심화로 인하여 초등학생이 ‘95년에는 72만→ ‘00년에는 64만→ ‘04년에는 49만 명으로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이러한 추세라면 경기도 일부 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시도는 2010년을 기점으로 이른바 ’콩나물 교실‘들이 점차 완화될 예정이라고 예측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제반 사항을 면밀히 감안하지 않은 채 추진 한다면 이명박 당선인이 싫어하는 비효율적인 재정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수위의 시각처럼 영어교육을 용이하게 위해서 급당인원을 무리하게 줄여 나가는 것은 몇 가지 유의미한 교육적 효과가 있을지라도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실(失)이 더 많다면 양쪽의 득실을 비교형량하여 정책추진에 대한 생각을 냉철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교총 대변인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 수를 전국적으로 한명 줄이는데 1조8천억 원이 든다는 조사도 있다"고 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렇게 교육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교육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충분한 예산확보와 인력확보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추진하여 지금까지도 지방교육청에 교육부채 증가 같은 부작용이 있었던 2001년의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름대로 급당인원의 가시적인 하향과 일부 학교시설의 개선 등 바람직한 변화도 분명히 있었지만, 충분한 예산확보와 장기적인 계획의 미비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이에 대해서는 본 e-리포트3830번 [정책제언] '7.20교육여건 개선사업'의 명암, 2006.4.3. 기사 참조)
교육정책 추진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인수위와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서는 임기 5년 내에 어떠한 가시적 정책성과를 내야 하겠기에 그 기간에 맞추어 결판을 낼 것 같은 정책을 입안하고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교육정책만큼은 임기 내에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과욕을 버려야 할 것이다. 한 두 해 가르쳤다고 해서 학생들의 교육력이 바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는 접고, 기본 토대를 잘 마련하여 임기를 마친 이후에 차기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즐탁동시(啐啄同時)의 교육정책이 추진되도록 밀고 끌어주는 느긋함의 혜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