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순창군이 '옥천 인재숙'이란 기숙학원을 세운후 군에서 직접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순창의 옛 지명 '옥천'에 인재 양성소라는 '인재숙'을 합쳐서 '옥천 인재숙'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해마다 중 3에서 고 3까지 학년별로 50명씩, 모두 2백 명의 학생들을 시험을 통해서 뽑은 후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순창군에서 세웠고, 순창군에서 직접운영하기 때문에 학원비는 별도로 받지 않고 있다. 여기에 들어온 학생들은 그곳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어 집에는 한달에 두번만 갈수 있다. TV와 휴대폰 라디오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기숙학원의 모델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렇게 순창군에서 직접 기숙학원을 세워서 운영하게 된 것에 대해 강인형 순창군수는 '학원이 하나도 없고, 또 열악한 교육환경때문이다. 학원에 가려면 광주까지 가서 새벽 2시까지 부모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고 학원설립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MBC TV,기사입력 2008-02-08) 정당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는 이유로 보인다. 순창군의 수장으로써 군내의 학생들에게 대도시의 사교육에 준하는 교육을 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본취지에 공감한다고 해도, 이러한 기숙학원을 설립함으로써 일부의 학생들은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사교육기관과 달리 군에서 직접운영하기 때문에 무료로 학원에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원하는 학생들 모두를 수용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즉 일부학생인 200명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 대다수의 학생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원비가 무료이긴 하지만 학원강사료와 학원운영비 등은 고스란히 순창군에서 지출해야 한다. 따라서 군민들이 낸 세금으로 일부 학생들을 위한 사교육에 투입하는 것은 형평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학생들에게 자치단체인 군에서 직접 일반 사교육기관과 같은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기숙학원의 문제가 어려가지로 드러난 상황에서 공공기관인 자치단체에서 직접 주관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것도 전체가 아닌, 일부의 학생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숙학원에 들어간 경우는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환영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당연히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이렇게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학교도 아닌 학원들어가는 것을 하늘의 별따기 식으로 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은 공교육살리기에도 반하는 일이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자치단체에서 도리어 사교육기관을 세워서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도리어 이러한 예산을 일선학교에 집중투자하여 공교육 살리기에 앞장서야 옳다는 생각이다. 일선학교에 고르게 예산을 투입해야 모든 학생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순창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의 다른 시,군이나 전국에서 순창군을 모델로 하여 유사한 기숙학원설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지역까지 확산되면 결국 학생들이 학원 중심으로 생활을 하게 됨은 물론, 학교에서의 학습보다는 학원에서의 학습을 더 중시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교육을 살리기는 커녕 공교육 붕괴를 가속화하는 일에 공공기관이 앞장서는 현상들이 나타날 것이다. 순창군에서는 이런 것들이 결국은 공교육 붕괴를 가속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라는 것을 하루빨리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군의 예산을 투입한다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피해의식으로 불만이 커질 것이다. 기본취지가 옳고 그름을 떠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재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공기관에서 사교육기관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