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의 죽변항은 강원도와 가까운 울진의 북단에 위치한다. 높이 15.6m의 울진등대가 서 있을 만큼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어항으로 대게, 오징어, 고등어, 꽁치가 많이 잡히고 미역이 특산물이다. 어항 주변에 크고 작은 수산물 가공공장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영덕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요즘 울진대게의 맛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며 대게를 맛보기 위해 죽변항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늦은 밤까지 불이 환하게 켜 있는 것으로 봐 죽변항은 해산물이 풍부하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항구임이 분명하다. 울진대게의 맛이 알려져 항구 주변에 대게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많다. 이곳에서는 직접 대게 잡이를 나가는 어부들을 통해 대게를 싼값에 먹을 수도 있다.
이른 아침이 되자 대게 잡이 나갔던 배들이 항구로 들어온다. 배에서 막 내린 대게들을 뒤집어서 배가 하늘을 향하도록 가지런하게 줄을 맞춰 진열하는 것은 아주머니들의 몫이다. 그렇게 해놔야 뒤집지를 못하는 대게가 기어 다닐 수 없다는 것도 재미있다.
오징어, 대게, 광어 등 각종 해산물을 경매하는 광경도 볼 만하다. 경매인이 호루라기를 불면 해산물 주위로 상인들이 몰려들고 경매인에게 최고가를 제시한 상인이 새로운 주인이 된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경매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사람이 최고가를 제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데 경매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경매가 끝난 해산물은 바로 수레에 실려 새로운 주인의 가게로 간다.
시끌벅적 어부들의 떠드는 소리로 활기가 넘치던 어판장과 달리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죽변항의 풍경은 너무나 조용하다. 그래서인지 방파제 끝에 홀로서 부지런히 오가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등대들이 외로워 보인다.
항구 옆에 주차를 하고 양쪽으로 대나무가 심어져 있는 언덕길을 올라가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SBS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촬영장이 나타난다. 바닷가의 풍경이 아름다워 지나는 길에 한번 들러볼 만한 장소다.
죽변항으로 가는 봉평리 길가에 국보 제242호 울진 봉평신라비가 서있다. 1988년 발견된 이 비는 오랜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혀 비문(碑文)의 일부가 마멸되어 정확한 판독이 어렵다.
완벽한 판독은 어려우나 신라 법흥왕 11년(524)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모종의 사태가 일어난데 대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들을 벌하고 얼룩소를 죽이는 등의 의식을 행하는 율령비로 보고 있다. 당시의 신라영토, 율령체제, 왕권의 한계, 관료제도 등을 뒷받침하는 사료로서 가치가 크다.
[주변의 명소]
1. 덕구온천(30분 소요) : 자연용출온천으로 신경통, 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
2. 성류굴(30분 소요) : 천연석회암 동굴로 지하금강이라 불린다.
3. 불영사계곡(50분 소요) : 15㎞의 협곡으로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