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정상일까 인격장애일까?

2008.02.24 11:31:00


봄나들이 겸 버들강아지 찾으러 수원 인근의 왕송저수지(의왕시 소재)를 갔다가 못 볼 장면을 보았다. 바로 찢어진 현수막. 정확히 말하면 글자를 오려낸 현수막.

그냥 무심코 지나치면 "누군가 장난도 심하네"일텐데 문득 숭례문 방화사건이 떠오른다. 장난을 저지른 본인은 정상이라고 하지만 혹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인격장애자는 아닌지? 물론 본인은 정신질환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관(官)에서 관리하는 문화재나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 사진 속 현수막을 설치한 기관을 보니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공사(公社), 그러니 반발심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일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 정신질환자는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데 때로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최근 숭례문 방화자(70)에 대해 충동조절장애 또는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경향이 짙다는 분석이 정신의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인격장애는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성격에 약간 결함이 있는 것과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게 언뜻 구분이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으로 분명히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인격장애자는 대체로 전체 인구의 10∼20%가 인격장애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1%는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국내에 5만∼10만 명의 인격장애자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인격장애는 엄밀하게 정신질환으로 분류돼 있지만 실제 병원에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큰 피해를 막으려면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가족과 동료를 관찰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내 맘 속의 칼 ‘인·격·장·애’. 인격장애는 생물학적 원인이 아닌 한 약물로 치료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보다는 심리치료나 인지치료를 더 많이 활용한다. 따라서 치료기간이 오래 걸리고 가족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이다.

모 학교에 근무할 때 유난히 학생들의 학교기물 파괴가 심했었다. 장난으로 보기엔 지나친 것들이었다. 열악한 주변여건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들에 대한 학교에서의 지도도 부실하였다.

현수막을 보며 가정교육, 학교교육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가 나오지 않도록 관심과 사랑, 보살핌이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그만치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사회나 국가에서도 불평,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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