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권한이양인가.

2008.03.07 11:08:00

시,도교육청은 물론, 단위학교에 대폭적인 권한이양을 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이 바로 얼마전의 일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각 시,도교육청으로 권한을 이양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길이 없지만, 최소한 시,도교육청에서는 단위학교에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물론 서울시교육청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시교육청에서 내놓은 올해의 주요업무계획에는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단위학교 자율경영을 위한 여건조성에 힘쓰겠다고 한다. 그러나 일선학교에서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3년전부터 정책적으로 추진되었던 서술·논술형평가의 경우, 지난해에 중·고등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의 경우는 50%로 확대하라고 했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그 기준을 지키면서 서술·논술형평가를 했었다. 50%를 원칙으로 하라고 못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결정은 학교장이 하도록 하고 있지만, 50%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시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각급학교 교장들은 그 범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차후에 담임장학등을 통해 서술·논술형평가의 비율을 따지기 때문이다. 학교평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해에 과학교과의 경우 실험평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줄만큼 서술·논술형평가에 집착했었다. 그런데 잘 아는것처럼 과학학력저하로 인해 교육과학기술부(구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과학과목의 실험평가를 확대하겠다고 하자 올해는 실험평가를 20%이상 하라고 한다. 따라서 과학과목의 경우는 실험평가와 서술·논술형평가를 합해서 50%이상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적인 과학교육강화시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0%의 실험평가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20%의 비율은 이미 서술·논술형평가를 실시하기 이전의 비율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서술·논술형평가 도입이전에 30-50%의 실험평가를 해왔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50%에 집착하면서 지난해에는 실험평가를 서술형평가의 범주에 포함시키면 안된다고 했었다. 반드시 서술·논술형평가를 별도로 50%이상 해야 한다고 했었다. 여러차례 교육청에 문의 했었지만 결국은 지침대로 시행하라는 이야기만 들었던 것이 바로 지난해 3월의 일이다. 1년만에 방침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서술·논술형평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일선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서술·논술형평가를 50%이상 하라고 하니, 최소한 그 비율에 가깝게 실시해야 한다. 일선학교에 권한을 넘겨준다면서 도리어 더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하나의 예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규제는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다. 교육과정편성에 특색사업이나 역점사업을 일률적으로 시교육청의 지침대로 꼭 하라는 것도 결국은 학교의 교육과정을 특색없이 세우도록 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서울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올해부터 교내 육상대회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한다는 발표도 마찬가지 이다. 학교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한다는 것은 권한이양과 거리가 멀다. 더우기 의무적으로 실시하지 않으면 학교 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무엇을 선택하여 어떻게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말로만 하는 권한이양은 일선학교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조용히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실질적인 권한이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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