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고 떨어져 큰일 났네"

2008.03.12 13:14:00


"S고 떨어져(배정되어) 큰일 났네. 그 학교 야자(야간자율학습)시간, 선생님들이 풀어주어(느슨하게 하여) 떠드는 아이들이 많다던데...SKY 대학은 몇 명밖에 못 가는데..."

연초 중3이던 아들이 S고(11년 역사)에 배정되자 혼자 중얼거리며 내뱉은 말이다. 고입과 동시에 대입이 걱정이 되나보다. 이 때다 싶어 그 학교에 대해 아들이 알고 있는 것을 물어 보았다.

"어떤 착한 교장이 있었을 때 중학교 노는 아이들이 몰려들어(입학하여) 학교가 노는 학교로 변했는데 선생님들도 그냥 내버려두어 좋지 않은 학교가 되었다."고 말한다.

함께 지망했던 또 다른 S고(53년 역사)에 대해 물었다. "그 학교는 자율학습 시간에 뒤돌아봐도 (선생님께) 2대 맞고 화장실 가도 2대 맞는대. 머리도 짧게 깎고 떠드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는데..."

이것이 중학생 아들 눈에 비친 두 고등학교의 이미지다.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인식된 것이다. 두 학교가 과연 그럴까? 일부 맞는 내용도 있긴 하다.

처음의 S고는 개교 당시 정원 미달로 학력이 낮은 학생이 대거 충원되어 학교 기틀잡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게다가 모단체 교사들이 딴지걸기로 면학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학교와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였다. 당연히 나쁜 이미지가 퍼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S고는 평준화 지역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대학 진학 결과를 보면 학교풍토에 따라 입학 후 3년의 열매가 어떻게 맺어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생활지도도 철저하게 이루어지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며칠 전 퇴근 후 아들의 학교 교감에게 칼럼집을 전해 주려고 학교를 방문하였다. 교문에 들어서니 학생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각 교실 창문을 보니 불빛이 새어 나온다. 2층으로 올라가니 복도가 쥐죽은 듯 조용하다. 학생들이 교실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전교생이 이렇게 조용히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지금을 지식정보화 사회라고 말한다. 정보가 힘(power)과 부(富)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에도 적용이 된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다음은 어떤 사회일까? 이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엘빈 토플러와 함께 거론되는 미래학의 대부 짐 데이토(Jim Dator)는 다가올 사회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고 말한다. 아니 벌써 도래했다고 말한다. 그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꿈과 이미지(스토리)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경제의 주력 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이 핵심 국가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학교교육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벌써 접목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학교 이미지가 그 학교의 진실과는 상관없이 학생과 학부모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학교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못지 않게 학교 이미지 창출도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과제가 하나 생겼다. 어떻게 학교 이미지를 만들어 갈 것인가?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내어 경쟁력을 창출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그게 교풍이 될 수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매력이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학교의 좋은 이미지와 스토리를 만들어라. 우리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에 염두를 두어라. 학교의 매력지수를 높여라" 이제 이것이 학교장의 지상과제가 되었다.

아들이 입학한 S고, 어떻게 이미지를 바꿀 것인가? 학부모로서의 기대가 크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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