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있는 정책중에서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영어몰입교육'이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것처럼 각급학교 입학식에서 영어가 등장했고,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각급학교가 앞다투어 '영어몰입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영어몰입교육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국가적인 정책을 충실히 따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초등학교의 경우는 교육과정에 명시된 영어시간보다 5-6배의 시간을 배당하여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학교에서조차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회적인 분위기와 학부모의 요구때문에 어쩔수 없이 실시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영어 때문에 다른 교육이 소홀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어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시간을 줄일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전체 시간을 늘려서 실시하는 학교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영어몰입교육에 몰입하고 있는 초등학교들은 대부분이 사립초등학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는 서울의 각 자치구에도 영어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 영어회화 교실을 개설하고 관내 일부 패밀리레스토랑 등에 영어전용구역(잉글리시 존)을 지정·운영하는 등 이른바 '영어몰입' 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는 신림 5·7동, 봉천 6·7동 등 동 주민자치센터 4곳에 3개월 코스의 원어민 영어회화교실을 개설하는 한편 앞으로 어린이 영어 캠프, 청소년 홈스테이 등을 열어 실전 영어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양천구는 동 주민자치센터 6곳에 원어민 영어교실을 개설키로 하였고, 성동구는 관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자녀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방과후 공부방을 원어민 영어교실 위주로 바꿨다(쿠키뉴스, 2008.02.17).
이제는 영어가 학생들 뿐 아니라 전국민에게 꼭 필요하게 된 것이다. 국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을 각 학교는 물론 자치구에서 따르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많은 영어몰입교육이 추진되면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이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갑작스럽게 시작함으로써 충분한 검토나 준비없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능력을 어느정도 파악한 후에 실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센터의 경우도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지 정확한 데이터없이 일단 강좌를 개설하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되면 안된다. 예산만 낭비하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몰입교육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학교의 여건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현재 각급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수준별 수업의 경우만 보더라도 3개학급을 4개수준으로 편성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한개반 정도는 강사를 위촉하여 활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교실부족이라는 것이다. 교실이 없으니 모든 학년에서 수준별 수업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있는 것이다. 영어몰입교육이 실시되더라도 이런 문제 때문에 쉽게 효과를 얻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무조건 너도나도 영어몰입교육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에따른 충분한 여건이 필요하다. 최소한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장소만이라도 확보한 다음에 추진해야 한다. 장소확보도 없이 학생수를 몇명으로 줄인다는 식의 정책추진은 실패를 거듭할 것이다. 기본적인 여건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