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에서 본 두 가지 모습

2008.03.10 00:15:00

오늘 교직동료들과 수원에 있는 광교산을 올랐다. 겨울 등산복 대신 춘추복을 착용하고 배낭엔 사과 네 개와 한라봉 3개를 넣었다.

아직 봄기운이 완연하진 않지만 겨울을 벗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비탈길을 조금 오르니 땀이 솟구친다. 계절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을 지나 헬기장에 이르는 동안 주로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 누군가 그랬다. 직업은 속일 수 없다고. 교육에 관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주고 받으니 간접경험이 쌓여만 간다.


# 1. 광교산 헬기장 부근, 벤치가 놓인 자리에 누군가 벽걸이 시계를 나무에 걸어 놓았다. 손목시계를 보니 시각도 맞는다. 우천 시 시계를 보호하려고 플라스틱통을 도려내어 비를 피할 수 있게 하였다. 그 아랜 누군가 잃어버린 열쇠가 걸려 있다. 그래 이게 수원시민의 선한 마음이지.

시계를 걸어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습기로부터 보호하여 시계가 그 역할을 하게 하려는 마음,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 사람에겐 이렇게 타인을 배려하고 남에게 베푸려는 착한 마음이 있는 거지. 그래서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 아닌가?


# 2. 파장동 정수장 쪽으로 하산하다가 고로수 수액 채취 장치를 보았다. 자세히 보니 나무에 호스를 연결하여 페트병에 수액이 모아지도록 하였다. 강원도도 아니고 깊은 산속도 아닌, 지리산도 아닌 이 곳에 고로수 나무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곳에서의 수액 채취. 이것을 설치한 사람은 공익과는 관계없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 아닐까? 그렇다. 자기만이 알고 있는 이 장소에서 수액을 채취해 먹는 기쁨(?)도 대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수액채취는 인간에게는 이롭지만 나무에게도 도움이 될까? 아닐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혼재할 때 선한 마음이 승리해야 우리 사회는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된다. 사사로운 이익보다는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선진국가인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가 진정한 승리자라고. 악한 마음을 떨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 광교산에서 떠오른 단상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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