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에서는 앞으로 영어로 수업을 못하는 영어교사는 이른바 '삼진아웃제'를 도입·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공정택 교육감의 사견인지 공식적인 입장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그동안 공정택 교육감이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정책들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모두 추진되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때 '삼진아웃제'도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어교사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영어로 수업을 못하는 교사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하여 다른과목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골격이다. 영어로 수업을 하고 못하고의 문제보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교육감이 현재의 영어교사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삼진아웃제를 언급하지 않아도 될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공 교육감이 밝힌 것처럼 매년 500명씩 총 2500명의 영어교사에게 국내외 심화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라면 왜 삼진아웃제가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영어 교사가 해당 기간 동안 영어수업능력 평가에서 3차례 떨어지면 영어 외 다른 과목으로 밀려나도록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여기에 해당되는 교사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든 영어교사의 수업능력을 신장시키고자 노력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왜 그 과정에 삼진아웃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연수를 제대로 실시하여 영어교사가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겠다고 밝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을 불안감에 떨게 해서 얻어낼 효과가 과연 무엇인지 의아스럽다.
더우기 영어교사가 삼진아웃되면 다른과목으로 전환시키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영어교사로만 재직해온 교사들이 다른과목을 담당하는 것 자체가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교육감이 잘 알고 있을것이다. 결국은 해당교사를 교단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서울교육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는 교육감이 교사를 퇴출시키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만약에 해당교사가 다른 과목으로 전과가 되었다고 할때, 그 교사가 느끼는 자괴감이나 허탈감을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또한 영어를 영어로 수업하지 못하는 교사를 다른 과목교사로 전환한다고 해도, 다른 과목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아무나 가르쳐도 되느냐는 역풍을 맞을 것이다. 차라리 영어를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일부 조사에 의하면 영어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못하는 경우가 절반정도 된다고 한다. 영어교사의 절반이 다른과목으로 전환되면 다른 과목을 전공하고 있는 교대나 사범대 학생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리고 그 절반의 영어교사는 어디에서 어떻게 구해온다는 이야기인가. 아무나 영어만 잘하면 영어교사가 되도록 한다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다.
영어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문법위주의 수업을 하도록 한 것이 바로 교육행정기관들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갑작스레 방법을 바꾸면서 짧은 기간을 주고 영어로 수업하지 못하면 삼진아웃시킨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줘야 옳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밀어 붙이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고 간단하게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좀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