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행복한 개인을 만들려는 생각이 양성 평등

2008.03.19 16:03:00

“너는 여자 애가 왜 그렇게 덤벙대니?”
“여자답게 얌전히 좀 있어.”
“남자 애가 저렇게 수다스러워서야, 원.”
“남자가 그렇게 소심하고 눈물이나 흘리면 되나.”

집에서나 학교에서 한 번쯤 들어봤던 소리다. 많은 어른들은 무의식중에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며 종종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무엇이 남자답고 무엇이 여자다울까? 생각해보면 이말 속에는 남자는 씩씩하고 용감해야 하고 작은 일에 눈물을 보여선 안 되고, 여자는 조신하고 얌전하며 고분고분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내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말을 자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생각과 행동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게 된다. 그러나 결국엔 사회에서 정해놓은 ‘여자다운’ 여성, ‘남성다운’ 남성이 되어가게 되어 자연스럽게 남녀의 사회적 역할을 구분 짓게 한다.

그렇다면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에 여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부분 수긍하는 반응을 보인다. 며칠 전 아직 서른이 안 된 여성 동료에게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동료는 ‘그거 좋지 않아요? 여자가 여자다우면 좋잖아요.’ 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적이 있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물었다.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속엔 여성이 순종하기를 기대하는 옛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면 어떡하겠느냐고. 했더니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요.’ 한다. 뭘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텔레비전과 컴퓨터게임 속의 남성과 여성의 모습

언제부턴가 '양성평등'이라는 말은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일부 단체에선 '양성평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짓기 공모도 하고, 일부는 남녀의 불평등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인식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근래 들어 여러 면에서 남녀 간의 차별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남녀의 모습은 고정화된 모습으로 나타남을 볼 수 있다. 한 예로, 텔레비전 속에 그려진 남녀의 역할과 모습을 보자. 남자는 강하고 단호하고 명령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여성은 연약하고 순종적이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역할로 주로 등장함을 볼 수 있다.

컴퓨터 게임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게임 속의 남나 주인공은 무기와 갑옷 등으로 중무장하거나 중세 유럽 기사들이 입었던 옷을 입고 있다. 또한 군복을 입고 잘 발달된 근육을 자랑하며 용감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어떨까. 대체로 비키니 수영복 같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다. 몸매가 잘 드러나는, 윗옷은 속옷 같고 아래옷은 아주 짧은 치마나 수영복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연중에 가상공간인 게임 속에서도 남녀 간의 성역할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는 성공할 수 없다?


키 169센티미터, 몸무게 95킬로그램
눈을 감아야 친할 수 있는 여자
인기 가수 립싱크, 대신 노래 부르는 얼굴 없는 가수

어느 날 이런 여자가 사라진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무도 몰라보는 모습으로. 이렇게 말이다.

키 169센티미터, 몸무게 48킬로그램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 가수
여자 스타들의 꿈, 화장품 광고모델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한나' 모습이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는 성형 수술 후 ‘한나’에서 늘씬하고 예쁜 ‘제니’가 된다. 사람들은 열광한다. 한나가 제니가 된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성형을 하고 살을 뺏기 때문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한나’는 살을 빼고 성형수술을 통해 모두가 바라보는 존재가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 영화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의외로 비애감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가 많다. 자신의 얼굴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고생들은 영화를 재미있게 봤으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외모 열풍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예쁘고 날씬하지 않으며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대접받을 수 없는 우리들의 또 다른 자화상이 ‘미녀는 괴로워’에 투영되었을 것이다.


좋은 사람, 행복한 개인을 만들려는 생각이 양성 평등



그러면 어떤 것이 양성평등일까. 한때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했고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권인숙은 <어린이 양성 평등 이야기>란 책에서 양성 평등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양성 평등이란 좋은 사람, 행복한 개인을 만들려는 생각이다. 여자는, 혹은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 그리고 자신을 편안하게 바라보고, 자유롭게 열린 마음으로 나와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생각이 양성평등이다.”

<어린이 양성 평등 이야기>는 총 다섯 마당으로 이루어졌다. 엄마가 어린 딸에게 이야기하듯이 들려주고 있는 이 책에는 ‘여자와 남자, 정말 다를까요?’, ‘일상에서 숨어 있는 남녀 차별’, ‘예쁜 여자가 성공하나?’ 등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의 남녀간의 차별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넷째, 다섯째 마당에선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양성 평등의 모습’과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어야 할 ‘성과 성폭력, 바르게 알아요.’를 통해 아이들이 폭력의 위험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이 양성 평등 이야기>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감하면서 실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엄마와 아빠랑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함께 책을 읽다보면 양성평등이란 것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갇혀 있는 사람마다의 개성이나 능력, 역할을 자유롭게 열어 주기 위함이라는 알게 된다. 서로를 인정하고 다른 것을 존중한다는 것, 이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고 의미이다.
김 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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