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진단평가의 지역별 결과(자료: 중앙일보)
지난 6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중1 진단평가의 결과가 일제히 나왔다.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제주 등 7개 시·도교육청은 21일 진단평가의 결과를 공개했다. 나머지 시·도 교육청은 공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의 공개결과에 따르면 지역별로 편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표참조) 그런데 서울의 경우 과학점수가 전국에서 최하위에 해당하는 76점을 기록하였다. 영어가 전국최고의 성적을 나타낸 것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국의 전체평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과학이 전국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의외의 결과이다.
대부분의 전문가와 언론들이 지역별, 과목별 편차가 있는 것을 사교육의 영향으로 돌리고 있는데, 사교육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서울에서 영어가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을 사교육의 영향으로 돌리더라도 과학과목의 최하위 기록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과학성적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지만 서울만 유독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과학성적이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 어쩌면 다른과목(국어, 영어, 수학)에 비해 학생이나 학부모가 중요성을 덜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본다. 즉, 논술의 기초인 국어와 수학, 영어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해당과목의 공부에 매달리도록 하면서 과학의 경우는 비교적 중요성을 낮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전국적으로도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사교육의 의존도가 서울이 가장 높다고 본다면 가능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리포터는 그 원인을 좀더 다른 곳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즉 서울시내 학교들이 다른 시·도에 비해 실험·실습을 통한 과학수업의 비중이 떨어지지 않는지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혹시라도 다른 시·도에 비해 실험·실습이 부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탐구과정을 충분히 가져야만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단순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론적인 수업과 실험·실습을 통한 수업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실험·실습부분은 학원 등에서의 사교육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타 시·도에 비해서 실험·실습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은 시설면에서 부족하지 않은가에 대한 것이다. 충실히 과학수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실험·실습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시설이 필요하다. 다른 시·도에 비해 학교규모면에서 서울시가 비교적 크다고 본다면 충분히 이유가 될 수 있다. 즉 여러학급이 있음에도 공간부족으로 실험·실습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여 과학성적이 낮게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서울시내 중학교는 대부분이 실험실을 2개정도 갖추고있다. 학급수가 대체로 30학급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기준에도 못 미치는 숫자의 실험실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과학교육활성화추진을 통해 일선학교의 과학실험실이 현대화 되어가고 있다. 물론 현대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이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공간의 확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과학수업에서 실험·실습을 하고자 해도 다른 학년과의 실험실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부족으로 결국은 실험·실습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이다. 교사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홀해지기 쉬운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서술·논술형위주의 평가 때문에 실험·실습을 통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중1학생들이 입학한지 며칠 안돼서 진단평가를 실시하여 연관성에 대한 근거가 미흡하지만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즉 실험·실습을 통한 평가를 강화하도록 한 것이 올해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이지만 서울시내 중학교의 경우는 과학과목의 평가에서 실험·실습에 대한 평가를 서술·논술형평가와 합산하여 50%이상을 하도록 했기 때문에 실험·실습을 통한 평가는 20% 내·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금년말에 실시될 또한번의 진단평가결과를 분석해보면 이에대한 연관성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과학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실험·실습을 통한 탐구력 향상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참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각급학교의 실험·실습을 위한 여건을 재조사하여 충분한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건이라는 것은 실험실의 현대화도 중요하지만 공간확보에 촛점을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과학과목에 대한 서술·논술형평가를 계속해서 고집할 것인가도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