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서 시작된 봄바람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 홈너머까지 불어왔다. 입학생 문제로 고심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활짝 핀 산수유 꽃이 학교 담장을 노랗게 물들였다.
울타리 주변의 운동장에서 나물을 캘 만큼 이곳저곳에서 봄기운이 돋아나니 학교가 활기로 넘친다.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이라고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나 홀로 입학생 수정이의 밝은 모습이다. 해바라기처럼 밝은 표정을 보고 있으면 수정이가 짊어진 가방도 가볍게 느껴진다.
수정이가 도원분교의 학생이 된지도 어느덧 한달이 지났다. 늘 성수 오빠와 함께 등하교를 하고, 학교에서는 나 홀로 5학년생 은지 언니와 둘이서 생활한다. 조용한 성격의 은지와 수정이에게 교실은 넓은 놀이터다.
선생님과 마주앉아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어 한다. 도원분교의 막내에다 혼자라 다른 언니, 오빠들의 귀여움도 독차지 하고 있다. 교실 뒤편의 환경판에 학습 결과물인 수정이의 그림이 걸려있다. 물론 은지 언니의 도움을 받았지만 수정이의 마음속에 담긴 학교 풍경이 그림에 있다.
'띠띠 빵빵'
수정이와 은지에게는 신나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씩 있다. 매주 월요일은 다른 친구들과의 적응교육을 위해 선생님의 차를 타고 본교로 가는 날이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환경들도 이제는 하나둘 눈에 익어가고, 본교의 친구들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열심히 공부하는 수정이를 좋아한다.
두 분의 1학년 선생님들에게 율동도 배우고, 친구들과 그림도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학교의 홈페이지도 구경한다. 본교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며 혼자 어떻게 생활할까 고심하던 엄마의 걱정도 사라졌다. 오히려 분교에 입학시킨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수정이의 후배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하늘 제일 높은 곳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게 태양이다. 그래서 아이나 어른이나 태양을 닮고 싶어 한다. 수정이가 공부하고 있는 도원분교 25명의 아이들도 그렇다.
초등학생이 된 수정이는 도원분교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중 하나가 3월 29일 학교를 내려다보고 있는 양성산을 등반한 것이다. 언니, 오빠들의 뒤를 따르며 산중턱에 활짝 꽃피운 진달래도 관찰하고 팔각정에 올라 두모리 1구의 어디쯤에 집이 있는지도 살펴봤다.
"야, 요런 꼬마도 올라왔네."
"너 몇 학년이니?"
"1학년이에요."
궁금한 게 많은 어른들은 가녀린 수정이가 언니들과 숨을 헐떡이며 팔각정까지 올라왔다는 게 신기하다. 철부지 일학년이라는 말에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다. 어쩌면 한달에 한번씩 양성산 등반이 계획되어 있는 학교 교육을 사랑한다. 다 그렇겠지만 누가 뭐래도 수정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칭찬이다.
가끔은 새롭게 출발하는 인생살이가 재미있다. 그 중심에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하는 일마다 의욕이 넘쳐난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4월 2일, 늘 칭찬받으며 자란 수정이가 대전엑스포과학공원으로 현장학습을 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정이는 담임 선생님을 졸졸 쫓아다니며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본다. 새로운 환경을 조심스러워하는 수정이가 선생님, 언니, 오빠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대견하다. 수정이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