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35명산 중에는 휴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아내와 함께 다녀온 해발 850m의 덕가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괴산군에서 발행한 ‘괴산 35명산’ 관광책자를 참고하면 덕가산은 원시 그대로의 숲과 자연적인 비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여름산이다.
갈금교에서 마을 방향으로 들어서면 오른편 언덕 위에 옛 정취가 묻어나는 정자가 서 있다. 영의정을 지냈고, 조선시대 성리학에 영향을 끼쳤던 장암(丈岩) 정호 선생을 기념하는 반계정이다.
반계정 앞으로 넓은 냇가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냇가의 맑은 물들이 덕가산은 여름철에 등반해야 제맛이 난다는 것을 알게 한다. 충북기념물 141호인 장암의 묘소는 이곳에서 가까운 불정면 지장리에 있다.
반계정을 둘러보고 좁은 길을 달리다보면 길거리 옆에 멋진 소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이 나무가 수령 170년, 높이 8m의 괴산보호수(30호)이다. 나무 옆에 마을의 역사가 적혀있는 ‘입석마을자랑비’가 서 있어 400여 년 전 이곳에 터전을 잡았음을 알려준다.
소나무를 지나면서 만나는 작은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마을회관이 나타난다. 여느 농촌과 같이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후해 길손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마을을 벗어나면 한창 진행 중인 괴산-연풍간 도로공사 현장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봄날의 양지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주변이 온통 사과 과수원이라는 것도 안다. 공사 현장 위의 과수원 끝에 서있는 이정표가 덕가산으로 오르는 길을 안내한다.
과수원에서부터 정상 주변까지 우거진 숲길이 한참 이어진다. 갈림길에 이정표가 서 있지 않고, 잘못 걸어 놓은 리본도 많아 덕가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잘못 선택하면 이웃하고 있는 다른 산길로 접어들 수 있어 정비가 요구되는 산이다.
원시림을 닮은 숲속에 바위 조각들이 흩어져 있고, 계속 오르막길이라 오랜만에 따라 나선 아내가 힘들어한다. 덕가산 정상은 악휘봉과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100m 거리에 숨어있다. 우거진 잡목들이 정상 주변을 가리고 있어 조망도 좋지 않다.
덕가산을 등반하며 사람들의 욕심과 무관심이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시키는 현장을 보니 안타까웠다. 한쪽 면에만 글자가 써있어 보는데 불편한 이정표, 낡아서 보기가 흉한 공익광고 표지판, 너무 많이 걸어놓아 정상을 지저분하게 만든 낡은 리본들이 덕가산을 초라하게 만들어 놨다.
낡은 리본을 제거하니 정상 주변의 산이 아름다워졌다. 다음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정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입석마을로 향했다.
[교통안내]
1. 청주 - 내수 -증평 - 괴산 - 괴강삼거리(오른쪽 연풍 방향) - 34번국도 - 갈금교(건너기 전 오른쪽 입석리 방향) - 소나무 옆 삼거리(오른쪽 방향) - 양지말 회관
2. 중부고속도로 증평IC - 괴산 - 괴강삼거리(오른쪽 연풍 방향) - 34번국도 - 갈금교(건너기 전 오른쪽 입석리 방향) - 소나무 옆 삼거리(오른쪽 방향) - 양지말 회관
3.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IC - 왼쪽 괴산 방향 - 갈금교(건너서 왼쪽 입석리 방향) - 소나무 옆 삼거리(오른쪽 방향) - 양지말 회관
[등산코스]
양지말 회관 - 괴산ㆍ연풍 도로공사 구간 건너편의 과수원 끝 - 북쪽주능선 - 정상 - 칠보산 갈림길 -전망 좋은 바위 - 안부 - 갈림길 - 입석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