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존경하는 사회가 되어야

2008.04.08 11:25:00

요새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는 말이 ‘교장, 교감 자르겠다’는 모 국회의원의 막말이다. 만약 사건의 전말이 사실이라면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질 일이다. 국민의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선량의 입에서 어찌 그리 살벌한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평소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아픔을 생각하고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위정자의 사자후(獅子吼) 또한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 같다.

왜 교감 선생님은 그 높으신 분을 온몸으로 거부했을까. 순수한 봉사단체인 녹색어머니의 출범식이 정치장화(政治場化)되는 것을 우려했을 뿐 특정 정치인의 출입을 막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당시 행사장에 참여하는 어머니들의 순수한 진정성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그리하는 것이 민감한 시대에 온당한 처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대상에 대한 얕잡음과 무시가 횡행하고 있는 것 같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으면서 자기 체면만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황적 이해가 먼저 이루어졌다면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두고두고 생각해도 아쉬움이 너무나 많다.

이런 일은 교육현장에도 가끔 있다. 학생지도에 불만을 가진 익명의 학부모나 민원인들은 대뜸 ‘목을 자르겠다’라는 말로 교원을 압박한다. 얼마나 답답하고 서운하면 그런 말을 쓸까만은 이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은 악담이다. 이런 류의 말은 의욕과 사기를 꺾는 흉기이고, 무시무시한 저주이다. 또한 상생의 이해가 아니라 유아독존의 망상이다.

최근 공직 사회에 가장 두려운 존재가 누구인가. 그들은 독선과 아집에 빠진 천박한 민원인들이다. 정말로 자신과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는 민원인이라면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걸핏하면 상부기관에 진정을 넣어 실무자의 ‘목을 자르겠다’고 위협하는 일은 결코 온당한 일이 아니다.

그에 대한 뒷말이 무성함을 들으면서 안타까움이 많다. 국가 수준의 지도자들이 그들이 섬긴다고 하는 국민을 ‘자르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매우 속 좁은 생각이다.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특별한 혜택을 갖지 못한다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독설을 내뿜는 일을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에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크다. 공직자로서 안이함은 없었는가. 또한 직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서로를 위로하고 고무시키는 칭찬에 인색한 우리 현실을 곱씹어 볼 필요도 있다. 아울러 국가의 지도자일수록 공직자 또한 존경받아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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