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으로 학생차별' 가당치 않다

2008.04.13 21:34:00

요즈음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사표현을 자유자재로 한다. 예전처럼 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표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경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학생들도 나름대로의 불만사항이나 기타의사표현에서 자유로워 졌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본다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는 반드시 교사에게 이야기를 하곤 한다. 시대적인 변화라고나 할까. 아니면 그만큼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학생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학교생활에 대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보겠다.

리포터는 학생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어떤 문제나 의문점이 있을경우 학생들은 '그거 선생님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지요.'라는 이야기다. 즉 교사가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자극하기 위해서 그러느냐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을 치사한 방법으로 지도하지는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고 여러분들이 판단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일부 학생들은 잘 믿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교사를 신뢰하고 따른다. 최소한 우리선생님은 치사한 일은 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성적으로 학생들을 차별하고 있는 학교들이 있다고 한다. 사실 리포터도 이러한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다. 중학교에서는 그러한 현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간혹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 모양이다. 가령 성적순으로 자율학습실을 정하는 경우나, 식단을 특별히 해주는 경우 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독서실 시설을 갖춘 곳에서 자율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들이 있다는데,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욕망이다. 학생들에게 차별대우를 해서 그것이 성적향상으로 이어진다면야 그 방법이 백번이라도 옳은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독서실이 아닌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질까. 이 학생들의 부모는 또 어떤 생각을 가질까.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수업시간에 충실해야 하고,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가르쳐준다고 해도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그런데 자율학습실을 별도로 마련해 준다거나, 식단을 달리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의욕이 높아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순한 자극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기초가 영 부족한 학생이나 공부 자체에 무관심한 경우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우기 학생들을 자극하여 학습의욕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과연 그러한 방법 밖에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쟁심을 유발하겠다는 것이 자율학습실 배치나 식단 조정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치사한 방법'에 해당될 것이다. 고등학교 학생이라면 대학 진학에 대한 욕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 진학을 모색할 것이다. 고등학교 학생들 쯤이면 치사한 방법을 따르기보다는 도리어 반발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높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런 방법보다는 다른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청소년기에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학교 서열화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같은 학교내의 학생들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서열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집단에서든지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경쟁을 인위적으로 유발시켜 지나치게 경쟁을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경쟁이 이루어질때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것이다. 치사한 방법을 동원하는 경쟁은 진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따는 선수들에게 훈련장소에 차별을 주고, 식사메뉴를 달리한다고 해서 금메달을 따올 수 있을까. 그보다는 좀더 좋은 여건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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