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되풀이되는 학교교육활동중 하나가 정기고사이다. 대략 4월 말에서 5월초가 되면 각급학교에서는 중간고사를 실시할 것이다. 지금쯤이 한창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시기로 생각된다.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 되었는가 라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많다. 그만큼 3월에 신학기를 시작한 후 정신없이 지내왔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사문제를 출제하는 기간동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나 대도시의 경우는 지난해에 출제되었던 문제들이 학원등을 통해 배포되고 있으며, 어떤 경우는 책자로 인쇄되어 서점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고사시험문제가 교사들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저작권인정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각 학교의 시험문제를 인터넷을 이용하여 판매하는 사이트도 있다. 이런사정 때문에 교사들이 시험문제 출제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문제와의 유사성 검토, 시중에서 판매되는 문제집과의 유사성 검토 등을 하고, 인터넷 검색까지 하면서 유사성을 검토해야 문제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도 시험문제는 출제가 되고 시험은 정상적으로 실시되게 된다. 또다른 어려움은 시험문제 출제중의 문제인데, 시교육청의 지침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성적문제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빈틈없이 처리되어야 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너무 세세한 것까지 지침으로 내려 놓았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시험문제 출제에서 가급적이면 부정적인 내용을 묻는 문항을 출제하지 말라든가 그림이나 표를 그려서 출제할 경우 '아래 그림은....'이나 '다음 그림을 보고....'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것들이다.
수능시험문제를 찾아 보았더니, 부정적인 내용을 묻는 문항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이라는 표현은 비교적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부정적인 내용으로 문항을 작성하지 말라는 것에는 어느정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다음 그림을 보고....'라는 표현대신에 '그림을 보고...'라고 바꿔서 출제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지 의아스럽다. 물론 어떤 연유가 있었기에 그렇게 지침을 내렸겠지만 교사의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시험문제 출제까지도 세세하기 지침을 내려서 규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가라는 것이다. 문제의 표현에 있어서 딱히 이렇게 하는 것이 정답이다라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시험문제 출제방법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던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 리포터가 처음 교직에 들어서서 시험문제 출제와 관련하여 연수를 받은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더라도 지침을 내리고 해설을 붙이면서 그 이유를 함께 제시하지 않은 것은 일선학교에서 '무조건 따르라'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단위학교에 권한을 주고 자율적인 학교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고 하는데, 규제는 갈수록 더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규제를 풀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에 책임을 묻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겠다. 최소한의 권한도 없는 현재의 학교현실에서 어떠한 자율도 쉽게 허용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이다. 실질적인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